그림을 봅니다

시작은 단순하다

by Hanna park

두꺼운 하드커버의 화집을 하나하나 꺼내 들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 유아기의 어느날부터 나는 이 책으로 집을 지으며 놀기 시작했다. 예술세계에 조예가 깊었던 우리아빠는 취직후 첫 월급으로 가장 먼저 산 책이 이 화집이였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즉 결혼전부터 가지고 계셨던 화집이다. 이 귀한 책을 나는 장난감처럼 처음에는 쌓아보기도 하고 집도 지어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어느날 부터 책 껍데기에서 책을 꺼낼 수 있을 만한 힘이 생기고, 책을 펼쳐서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물론 유아기 때이므로 글을 읽기 전이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책을 펼쳐서 그림을 보고 또보고. 나름 맘에 드는 그림도 선택해 보고..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이 많이하는 낙서나 그림을 그려넣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매일매일 하나하나 펼쳐 보는데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글씨를 읽기 시작한 6살 무렵부터 화가와 그림제목을 읽어가며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작품도 기억했다. 혼자 놀이도 했다. 누구의 그림인지 맞추기 혹는 그림 제목 맞추기. 그리고 좀더 글 읽기가 쉬워졌던 8살 무렵부터는 책 안에 깨알같이 쓰여진 작품과 아티스트에 대한 글들을 자연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어렵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도 그냥 읽었던것 같다. 궁금해서.. 어릴때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들과 고호의 작품들.. 그 작품이 어떤 장소에 있다고 그림아래 쓰여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너무 자주 가는 노튼사이몬 뮤지엄도 있었다. 처음 파사데나 살기 시작할때 이 뮤지엄이 너무 근처여서 놀랐다. 그 곳에 진짜 내가 화집에서만 보던 피카소의 작품 ‘책읽는 여자’가 있어서 처음 관람하고 깜짝 놀라서 그 앞에서 몇분간 얼어 붙어서 감동했다. 음악도 마찬가지 물론 피아노는 태어날 때부터 나와 함께했던 것이였지만. 뮤지션쉽이라는 것은 음반과 함께했다. 카세트 조작을 할 수 있었던 유아기부터 집에 있던 클래식 테잎은 듣고듣고 또들어서 백여개되었던 음반을 다 외웠었다. 하하… 그리고 지금은 미술관 자주 다니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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