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지루한 일상 속, 한 사람의 반짝임이 나를 움직였다.

by 챔챔

대학생으로서 누구보다 평범하고, 누구보다 미지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와 운의 합작으로 공공기관 인턴에 합격했다.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인턴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웠고,
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시작한 인턴 생활은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은 말했다.
“아이고, ○○이는 차분해서 사무직 하면 딱이겠다~.”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이면, 조용히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는 일이 나와 잘 맞을 거라고. 그런데 인턴 생활이 중반쯤 지나갈 무렵, 나는 나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발견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는 일상이 유난히 지루하게 느껴졌고,
그 감정은 곧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회의감으로 변해갔다.

누구도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지만,
나는 조용히 혼자 무너지고 있었다.


그 시기, 내 유일한 낙은 옆자리 대리님과의 짧은 수다 시간이었다. 대리님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파티션 너머로 말을 건넸고, 고작 인턴인 나도 대화 상대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아주 조용한 사무실에서 대리님은 가끔 소곤소곤 말을 걸곤 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대리님의 프랑스 어학연수 경험이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혼자 프랑스에 머물렀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대리님이 그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그 반짝임은 내가 잃어버린 어떤 것을 건드렸다.

그 순간 생각했다.


“나도 떠올리기만 해도 눈이 반짝여지는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부터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