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의 딜레마

얼지 않는 열정

by 이재원

어제부터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공장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공장 가동을 위해 공급되는 일일 스팀 사용량이 평소 50톤에서 70톤으로 급증했다. 계기판의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 절감'이라는 우리 팀의 목표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2년 전부터 스팀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지라 전년도에 비하면 아직까지 20%의 절감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욕심도 생긴다.


지금까지 우리는 퇴근 시간이 되면 일반 구역을 공급하는 공조기(AHU)를 끄고 퇴근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가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 또한 회사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한의 동장군 앞에서는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공조기 코일의 동파를 막기 위해 이제는 밤새 설비를 가동해야 한다.

일 년 내내 현장 상황에 맞춰 공조기와 냉동기를 수동으로 켜고 끄며 고생해 준 팀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비록 지금은 스팀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이 또한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의 일부이다. 올 한 해 우리 팀원들이 하나 되어 수작업으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꼼꼼히 기록한 그 '땀방울 어린 데이터'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소중한 자료들이 내년도 공장 자동화와 업무 효율화를 위한 단단한 바닥돌이 되어줄 것이다.


아침에 어젯밤 질소발생장치(N2 Generator)가 비정상적으로 셧다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인을 파고들어 가 보니 질소발생장치에 압축공기를 공급하는 에어콤프레셔(Air Compressor)가 원인이었다. 정확히는 콤프레셔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공랭식 냉각 시스템'의 문제였다. 냉각수가 10~30도를 유지하며 순환해야 하는데, 온도가 치솟으며 콤프레셔가 멈춰버린 것이다.

현장의 동력분전반을 열어보았다. 냉각수 순환 펌프와 공랭식 팬(Fan)에 전원을 공급하는 차단기가 트립(Trip)되어 있었다. 아니, 단순 트립이 아니라 차단기는 아예 눌어붙어 움직이지 않았고, 연결된 전선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아마도 전선을 조이는 볼트가 진동 등에 의해 미세하게 풀리면서 지속적인 스파크가 발생했고, 그 열을 견디지 못한 차단기가 장렬하게 전사한 듯했다.

즉시 동일 규격의 차단기를 수소문했지만, 주말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부품 납품은 월요일이나 되어야 가능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연일 영하 10도를 오가는 날씨에 냉각수 펌프가 멈춰있다는 건, 실외기에 있는 얇은 동관들이 얼어 터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담당자가 급히 부동액(EG) 농도를 체크했다. 다행히 동결점은 영하 20도. 하지만 외부에 설치된 실외기 내부 6mm 동관은 영하 20도의 부동액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창고를 뒤져 기존에 쓰던 중고 차단기라도 찾아보았지만, 맞는 규격이 없었다. 우리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다행히 주말 동안 날씨가 풀려 상온을 유지한다는 예보다. 하늘이 우리에게 시간을 주었다.

우리는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는 대신, 월요일 아침 일찍 교체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월요일 작업을 위해 상위 동력분전반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작업 절차를 시뮬레이션했다. 단순한 부품 교체이지만, 전기를 다루는 일은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볼트 하나가 풀려도 설비는 멈춘다."


오늘의 사고는 사소한 체결 불량이 전체 공정을 멈출 수 있다는 기본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부동액 농도를 체크하고, 날씨와 자재 수급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판단을 내린 우리 팀의 대응은 칭찬할 만했다.

비록 아껴야 할 스팀은 써야 하고, 사용할 기계는 멈춰 섰지만,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우리의 열정만큼은 결코 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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