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옥상, 70kg를 함께 짊어지며 배운 것들

by 이재원

겨울이 되면 냉동기는 한숨을 고른다.
외기가 차가워질수록 냉동기 냉매를 응축시키는 EVACON(Evaporative Condenser, 증발식 응축기) 가동률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여름 내내 쉼 없이 돌아가던 장비들은 잠시 휴식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 계절은,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을 피해 설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생산동 옥상에 설치된 여섯 대의 EVACON 중, 운전을 정지하고 있던 한 대의 고장 난 휀모터를 교체하기로 했다.
이곳 생산동 냉동기는 프로세스용 세 대, 공조용 두 대가 지하에 설치되어 있고, 이 다섯 대의 부하를 옥상에 설치된 여섯 대의 EVACON이 순차적으로 받아준다. 각 EVACON에는 7.5kW 휀 모터가 세 대씩 달려 있다. 모두 합치면 열여덟 대. 하나라도 멈추면 곧바로 여름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12월의 겨울은 실제로 가동 중인 EVACON은 한, 두대뿐이다.
지금이 아니면 이 작업은 다시 여름까지 미뤄져 급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오전에 냉동기 담당 파트에서 미리 수리해 둔 모터와 설치 자재를 옥상으로 올려놓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모터 하나가 족히 70kg은 나갔다. 4층까지는 엘리베이터가 도와주지만, 그다음부터는 계단이다. 다행히 인원도 충분했고, 안전을 위한 준비도 되어 있었다.

모터 아이볼트에 끈을 묶어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예방하며, 두 사람이 파이프를 이용해 무게를 분산시키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렸다. 말은 쉽지만, 4층까지 올려준 엘리베이터가 고맙다.


진짜 일은 그다음부터다.

옥상의 EVACON에 설치된 기존 모터를 탈거하고, 새로운 모터를 장착하는 작업인데 이것이 2미터 정도의 높이에 설치되어 있다. 다행인 건 정비를 고려해 모터 설치부가 바깥쪽으로 폴딩 되는 구조로 펼치면 장비 사이에서 모터를 올리고 내려서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량물 작업에 고소 작업이다.

무게에 적합한 우마(중량물 작업용 지지대)를 설치하고, 호이스트를 걸었다.
별도의 보조 로프를 걸어 혹시 모를 낙하를 대비했다.
동력을 공급하는 지하 MCC(Motor control center) 반에는 LOTO(Lock out, Tag out)를 설치해 전원을 완전히 차단했다.

전기 파트는 결선을, 장비 파트는 모터를, 냉동기 담당 파트는 설치과정과 모터 회전 방향, 운전 상태를 최종 확인했다.

전문 업체라면 세 명이면 끝낼 작업을 우리는 여덟 명이 모여,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확인하며 진행했다. 작업 간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모두가 작업에 대해 이해했고 그만큼 성장했다.


모터를 교체하는 김에 오래되어 부식이 진행된 케이블 연결 부싱도 함께 교체했다.
탈거한 모터는 가동 시 베어링이 파손된 듯 요란한 소음을 냈던 녀석이다. 작업 후 베어링과 코일 상태를 확인하고 전문업체에 오버홀을 의뢰하여 Spare Part로 확보할 예정이다.
고장 난 모터는 즉시 수리해 보관해 놔야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꼭 준비되지 않은 장비부터 문제가 되곤 한다.


함께 확인하며 끝낸 작업이 안전하게 마감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오늘의 작업은 중량물 작업에 고소 작업에 정전 작업이었다. 위험 요소가 세 가지나 겹친 작업이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종류의 작업에 대한 절차서를 정리해 두어 다음에는 준비된 모습으로, 더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외주에 맡기는 작업이지만, 간혹 자체적으로 해야 할 때가 있고 그럴수록 “익숙함”이 아니라 “원칙”에 기대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다짐한다.

차가운 바람에 계절이 바뀌어도
설비는 돌아가고, 공장은 꾸준히 생산한다.
우리는 성장하고,

팀은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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