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더들의 계획과 전망
앞으로 5년,
무슨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많은 테크 리더들이나 개발자들은 향후 5년이 인류 역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5년 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테크 리더들이 향후 5년을 문명사의 중대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는 지금의 AI와 로봇 기술이 지수적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적 성장의 예를 고대 인도의 한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과학자가 인도의 왕에게 체스 게임을 만들어 바쳤다. 체스 게임이 마음에 든 왕이 무슨 상을 줄까하고 물으니 과학자는 64칸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쌀알 1 알을 놓고, 그 다음부터 2알, 4알, 8알... 이렇게 2배씩 늘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왕은 그 제안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나 사실 그 과학자가 요구한 2^64(약 1840경)개라는 쌀알 숫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쌀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한다.
지수적 성장은 처음에는 천천히 증가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갈 수록 2배씩(doubling) 급속하게 상승한다. 그런데 AI 기술이 이렇게 지수적으로 성장한다 것이다.
기술의 지수적 성장과 관련해서 ‘무어의 법칙’이 유명하다. 뭐, 지금은 무어의 법칙이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무어의 법칙은 고든 무어라는 엔지니어가 제시한 것으로,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2배씩 늘어나서 컴퓨터의 계산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급격한 양적 성장이 질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구조와 질서를 창발시키는 양질전환(量質轉換)의 마법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앞으로의 5년이 지수적 성장 그래프의 끝지점에 와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제부터의 1년은 기존의 10년, 20년, 30년 간의 기술 발전에 맞먹는 기간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제 각 인물의 주장을 살펴보자.
● 2029년: AGI의 도래
● 2030년: 항노화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 연장이 가시화
● 2045년: 인간 지능과 인공 지능이 완전히 융합되는 '특이점' 도래
커즈와일(Kurzweil)은 신시사이저 브랜드로 유명하다. 그 키보드 악기를 만든 인물이 레이 커즈와일이다. 그는 기술 발전이 수확 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 즉 지수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레이는 2029년에 AGI(인공 일반 지능)가 올 것이라고 보았다. AGI란 뭘까?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약자인데, 범용(혹은 일반이나 종합) 인공지능이라고 번역한다. 이는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AI를 말한다. 예컨대,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두는 AI이고, 챗GPT는 대화를 잘하는 AI이다. 그러나 AGI는 모든 기능을 인간보다 잘하는 AI이다. 이를 위해서 AI는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필요한 알고리즘을 스스로 개선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AGI는 재귀적 자기 개선 능력이 있는 AI인데, 이 때문에 종종 AGI는 ‘자의식’을 가진 AI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레이는 이러한 AGI가 2029년 경에 출현할 것으로 본다.
또한 2030년에는 항노화 기술 발전으로 수명 연장이 가시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심지어 그는 이 기술로 말미암아 인간이 불멸에 이를 수도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2045년에는 인간 지능과 인공 지능이 융합하는 특이점이 도래하리라고 예언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더는 그를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새로운 종이 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포스트 휴먼(post human) 담론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 2026년 본격적인 자율 주행 시대 개막
● 2026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대량 양산과 공장 배치
● 2026-27년 AGI 출현
● 2029년 초지능(ASI)의 출현
● 2030년 우주 데이터 센터 건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빅테크 리더다. 그래서 그의 관점은 단순한 예상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목표를 실현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재 일론 머스크는 2025년 6월부터 시작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2026년에 전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상반기에 로보택시의 보조 운전자는 하차하여 완전 자율 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다. 또 2026년 상반기에 사이버캡도 출시할 예정인데, 이 차는 2인용으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그는 이 차량을 4-50초마다 1대씩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2026년 6월, 북중미 월드컵 때, 2인용 사이버캡이 수많은 축구팬들을 완전 자율주행으로 실어나름으로써 세계인들에게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론은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2-30%의 차량을 완전 자율 주행 차량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이렇게 될 때, 인간이 운전하지 않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며,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은 대전환을 하게 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은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 그는 2026년 말부터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양산할 예정인데, 먼저 테슬라 공장에 제한적으로 배치했다가 2030년까지는 일반 작업장과 가정에까지 보급될 예정이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휴머노이드가 일터와 일상의 영역 전반에 침투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노동 생산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휴머노이드는 노동 비용(cost)을 극적으로 낮출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생산성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크게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생산성 혁신으로 인류 문명은 바야흐로 기술적 디플레이션과 탈희소성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며, 직업은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회는 기본 소득 없이 지탱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매우 흥미로운 예언을 하는데, 그는 심지어 화폐도 사라지고 순수한 에너지라는 화폐가 기존의 화폐의 자리를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AGI의 도래를 매우 낙관하고 있는데 향후 1-2년 내에 AGI가 출현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2029년에 AI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과하는 초지능(ASI)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는 또 한 번 인류 문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데이터 센터를 우주에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는 데이터 센터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데이터 센터의 문제는 소요되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와 냉각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론은 데이터 센터를 우주에 건설하면 24시간 중단 없는 고밀도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고, 우주의 차가운 온도(약 –270도) 때문에 냉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30년까지 실제적인 수준에서 우주 데이터 센터 건설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에너지와 물 부족의 문제를 극복하고 AI와 로봇 기술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서 달에서도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우주 광물 및 희토류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일론은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실현하는 중이다.
● 2027년 AI 어시스턴트(AI 비서)의 광범위한 활용
● 2026-27년 AGI 출현
● 2030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완성, 20개 이상의 거대 데이터 센터 건설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의 CEO 샘 알트먼은 2027년까지 AI 에이전트(비서)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을 예견한다. 현재 오픈AI사는 초보적인 형태의 AI 어시스턴트를 준비 중이다. 유저는 이 서비스를 통해 개별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고 챗GPT 혼자서 여러 쇼핑들을 대행할 수 있는데, 이제 고객은 더는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면서 가격을 비교하거나 여러 앱을 열어서 이러저러한 활동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홈페이지와 앱이 필요 없는 시대가 바로 AI 에이전트의 시대다. AI 글래스를 쓰면 이제 폰도 필요없어질 수 있다. 고객들은 말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하나만 있으면 쇼핑, 맛집 검색, 선물 구입, 여행 스케줄링 등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으며, 심지어 AI 에이전트가 결재까지 다 해 줄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때, 얼마나 많은 일자리들이 줄어들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현재 샘 알트먼은 AI를 이용해서 세계 문명의 판을 새로 짜려는 거대한 도박을 시작했다. 소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이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약 20개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여 AGI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는 여기에 5천억 달러 투자를 약속받았다. 젠슨황의 엔비디아,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래리 엘리슨의 오라클도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으며, 미국 정부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혹자는 투자액이 1조 달러도 넘어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미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과거 미국 정부가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해서 원자폭탄을 가장 먼저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미국 정부는 AGI를 원자폭탄과 같은 지정학적 무기와 같이 바라보고 있기에 미국이 가장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 프로젝트가 200만개 이상의 GPU칩과 10GW 이상의 전기와 어마어마한 냉각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부분적으로만 성공시킨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AI 인프라가 건설될 것이고, 상상하기 어려운 AI의 기술과 성능의 발전이 예상된다.
샘은 기술 발전에서 매우 낙관적인데 2027년 내에 AGI가 출현하게 되리라고 낙관하고 있다. 샘은 이러한 AI의 발전으로 지금까지의 난제로 여겨지고 있는 핵융합 발전 원리, 불치병 극복과 항노화 기술 확보, 양자 컴퓨터, 초전도체 기술 등을 해결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발전된 AI 기술로 인해 모든 인간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은 엄청나게 똑똑한 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더는 일하지 않고 기본 소득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며, 인류 문명은 유토피아를 향해 달려가게 되리라고 낙관하고 있다.
● 2030년, 피지컬 AI의 시대가 열린다.
● 10년 내, AI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할 것이며, 5천 만대 이상의 로봇이 모든 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현재 AI 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은 대만 출신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다. 젠슨 황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GPU칩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가동하는 데에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 데이터 처리 속도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GPU칩이다. 칩도 칩이지만 엔비디아 GPU를 활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반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제공하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사실상 GPU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래서 엔비디아 없이 AI 혁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젠슨 황은 AI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리라고 본다.
퍼셉션(인식) AI -> 생성형 AI -> 에이전틱 AI -> 피지컬 AI
지금 우리는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 넘어가는 중에 있다. 그는 앞으로 AI는 피지컬(physical) AI의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지컬 AI(물리 AI)는 디지털 세상에서 몸을 입고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 작동하는 AI이다. 쉽게 말하면 로봇 기술(robotics)이다. 그런데 왜 로보틱스라고 하지 않고 피지컬 AI라고 할까? 이유는 핵심이 두뇌, 즉 AI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AI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맞도록 스스로 대응하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젠슨 황은 향후 5년 내에 피지컬 AI의 패러다임으로 넘어오게 될 것인데, 그때가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마다 다양한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등 5천 만대 이상의 로봇이 일터, 가정, 일상의 영역은 물론이고, 우주 정거장, 달, 화성 등에서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피지컬 AI 영역의 최강자는 옵티머스를 개발 중인 테슬라이고, 그 뒤를 중국의 유니트리 같은 기업이 바짝 뒤쫓고 있다. 젠슨 황도 피지컬 AI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다소 놀랍다. 그는 직접 로봇을 제작하는 대신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동작 학습을 위한 디지털 학습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소위 월드 모델(world model)인데, 이는 무한히 많은 가상의 시뮬레이션 공간을 만들어 로봇의 동작을 학습시키는 데 활용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월드 모델이란 현실 세계를 디지털적으로 똑같이 복제한 디지털 트윈 세계이다. 그래서 디지털 공간이지만 컵을 놓으면 아래로 떨어져 깨지고, 의자와 부딪히면 걸려 넘어진다. 이러한 월드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젠슨 황은 피지컬 AI 기업들에게 디지털 공간 상에서 로봇을 학습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GPU를 독점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2027년 카이푸 리는 절반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함
● 2030년 토마스 프레이는 약 20억개의 일자리가 소멸할 것으로 예상
● 2030년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고용 절벽이 올 것으로 예견
2030년이 되면 직업이 종말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구글 차이나 전 사장 카이푸 리는 2027년에 일자리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데, 특히 "트럭 운전, 텔레마케팅, 설거지, 과일 따기, 조립 라인 작업 등이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DigitalToday) 당장 내년인데, 다소 좀 이른 감이 있다.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현재 일자리의 1/2)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10%의 초엘리트들의 직업은 넘사벽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단순 반복 작업을 주로 하는 일자리는 살아남기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자리가 사라져도 일거리는 여전이 남아 있을 것인데 AI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일이 생겨나리라고 본다. 창업이 아니라 창직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는 대학도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 지금과 같은 문명의 속도를 고려할 때 4년 간의 대학 기간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대신 AI와 결합된 몇 개월짜리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일본의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보다 급진적이다. 2030년 거의 모든 일자리는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본다. AGI와 로봇으로 대부분의 일자리가 대체되는 순수 기계화 경제 시대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노우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 소득이 문명을 구원할 수 있다고 본다.
● 수년 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국면
한편, 죠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등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향후 5년 내에 현재 심각한 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보거나 저물어 가는 유럽 문명, 극우 세력의 부상과 정체정 정치 등을 보더라도 현재의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사실은 금새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가 AI가 발전하면서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AI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위기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선 첫째로, AI가 고도로 발전하게 되면 AI로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와 영상, 맞춤형 가짜 뉴스, 조작 정보 등이 엄청나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이것은 한 국가 내에서 서로 경쟁하는 정치적 집단 간에 서로를 향한 공격이 될 수도 있고, 타국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기 위한 조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점점 더 늘어가는 CCTV 등과 다양한 모바일 활용 및 쇼핑, 결재 데이터 등은 점점 더 감시 사회로 가는 길을 열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통해서 치밀하게 계산된 정서적, 지적 공격과 선전 선동은 감정과 의식에 조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국민의 건강한 의사결정 능력은 크게 왜곡되며, 공론의 장도 위태로워지게 될 것이다. 자칫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다는 대중들의 인식론적 회의주의와 정치적 무관심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둘째, AI가 고도로 발달하게 되어서 AI 어시스턴트, 나아가 AGI로 발전하게 될 경우 인간은 점점 더 사고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삶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점점 더 AI에게 맡겨버릴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여자(남자)친구와 다퉜을 때에도 AI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상담한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하나둘 AI에게 의존하다 보면 의사 결정 능력이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이렇게 의사 결정 능력을 상실한 인간들에게 참여 민주주의란 점차 귀찮은 시스템으로 비춰질 것이다. 어쩌면 아예 모든 거버넌스를 AI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또한 AI를 과의존하게 되었을 때, 매우 사적이고 일상적 데이터마저 소수 빅테크 기업들에게 넘어가게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셋째, 당연한 얘기지만 소수 빅테크 리더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영향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정보, 자본, 기술력과 영향력을 장악하고 플랫폼을 독점함으로써 게임의 룰을 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럴 때 유저들은 마치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처럼 될 것이고, 소수 테크 리더들은 스크린 뒤에서 게임의 룰을 조작하며 참가자들의 플레이를 관람하며 즐길 것이다. 요즘 일론 머스크, 샘 알트먼, 젠슨 황과 같은 이들을 빅테크 타이탄(Titan)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들은 타이탄(Titan), 곧 신적인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 및 데이터, 정보, 자본, 정치적 영향력의 불균형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인데, 김대식 교수의 말대로 기술 봉건주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 소득은 수동적 대중을 창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더욱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해체하거나 적어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는 존재다. 따라서 AI의 발전에 걸맞는 규제, 규범, 거버넌스, 정치 체제가 발전하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 자체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2030년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인류에게 남겨진 골든 타임
● 향후 5년 내 과거에 보지 못했던 기후 재난이 초래될 것
인류에게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2030년까지 5년 남았다고 한다. 그 시간이 넘으면 기후 회복 탄력성이 무너져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이 닥치리라는 것이다. 해수면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할 경우, 광대한 면적의 육지가 바다에 잠길 것인데 한국의 경우 국토의 5% 이상이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육지의 1/3까지 사막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각종 곡물, 채소, 과일은 멸종의 수준으로 생산이 감소하고, 식품 가격이 폭등하며, 금융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 파리 기후 협약도 만들어지고 RE100과 탄소세 정책,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을 추진하여 세계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하지만 AI와 로봇 기술 등의 발전은 기후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기 에너지와 물이 문제다. 물론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데이터 센터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하여 지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이후 점차 사라져 가던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형 원자로(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으로도 전기 에너지가 부족할 것인데, 이 때문에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화석 에너지 규제 정책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기후 협약으로부터 탈퇴한 지 오래다. 기후 위기 예방에 앞장 서왔던 유럽조차 최근 자신둘의 입장을 조금씩 후퇴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유럽은 2035년까지 내연차를 완전히 추방하고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기존의 정책을 폐기했다.
이것이 말해주는 바는 무엇인가? 점차 인류는 AI와 로봇 같은 신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길을 갈 것이냐,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의 길을 갈 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츠의 ‘어차피 우리는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말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서 향후 5년 이내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기후 위기와 재앙들이 현실화될 것이다.
프랑스의 법철학자이자 신학자, 자끄 엘륄은 이미 오래 전에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고 예언한 바 있다. 엘륄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뚜렷한 한 가지 경향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것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점차 배제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서 인간의 개입 여지와 선택의 폭은 축소될 것이며, 기술이 작동되는 방식과 기술 활용에 있어서도 인간은 점차 변수가 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러한 엘륄의 경고가 역사상 가장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기를 앞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가 된다.
향후 5년 내 인류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과 함께 역사의 갈림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5년의 기간 동안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따라서 인류 문명은 보다 풍요로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열릴 수도 있다. 분명한 원칙은 인간이 기술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위해서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성을 파괴하거나 왜곡하는 방식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책임적이고, 윤리적인 판단과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기술 및 기술 발전에 대한 보다 정확한 문해력을 키우고, 인간의 존엄과 복지를 위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