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나는 문장을 늘려 쓰고 이어 붙이는 걸 좋아했다. 소설을 쓰며 문장을 이어 붙여 길게 만들면 만들수록 뭔가 내가 글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도 한때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적절한 지점을 찾아 정돈하긴 했다.
군대라는 파도를 만나 잠시 글을 접었다가 다시 쓰게 됐을 때도, 지금 쓰고 있는 것과 흡사한 문단 디자인을 사용했다. 물론 지금은 좀 더 격차를 보여주기 위해 문단 사이에 여백을 넣지 않았지만, 그때는 주로 문단과 문단 사이에 여백 한 줄 정도를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다 웹소설을 접하고,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변형된 스타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문단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개행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웹소설을 읽을 때는 왜 저렇게 문장을 한 땀 한 땀 나눠놓지?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으나, 그런 문단 디자인에 익숙해지자 이제 붙은 문장이 답답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반 서적을 읽을 때 왜 이렇게 문장을 답답하게 붙여뒀냐고 불만을 할 지경인데.
익숙하게 그 스타일을 적용해 에세이를 쓰다가 문득 돌아보니, 이게 과연 TPO에 맞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글을 참고한 건 아니지만 브런치의 대부분 글이 밀도 높은 문단 디자인이었고.
내가 사용하는 식은 웹소설 분야를 제외하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변칙이었으니까.
사실 최근에는 웹소설을 읽고 쓰는 게 너무 익숙하다 보니까.
이게 특정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 무뎌졌다.
그래서 에세이를 몇 개 작성한 후에야, 어라? 이거 이래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나름의 내 스타일이라고 밀고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고.
보다 보면 모바일 가독성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장점도 있겠으나, 에세이로는 꽤 낯설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쓰는 내가 편하고 익숙한 것도 좋겠지만, 개행과 관련한 문단 디자인 정도는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한 영역이고.
수정하는데 큰 부담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 고민이 됐다.
이걸 고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랬다저랬다 하면 더 이상하니까 하나의 결로 잡아야 할 텐데.
그렇게 고민하다 생각했다.
그래, 이것도 에세이로 써보자.
브런치에 쓰면 어떤 게 더 좋은지, 예시로 든 두 문단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요즘 뭐든 화두만 생기면 에세이를 쓰려고 하는 이상한 병이 생겼지만, 브런치를 쓰면서 다른 분과 의견을 교류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단 생각을 자주 했던 터라, 좋은 핑계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