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31
6년 전에 산 책을 꺼냈습니다. '타투 디자인 대백과.' 초판 발행일이 2020년이니 햇수로는 6년이 맞겠네요. 책장에 자리한 수많은 소장품이 그러하듯 표지에 이어 열 페이지 내외만이 쉽게 넘어갈 뿐 그 뒤로는 빳빳한 새 책입니다. 아마 저 책을 샀을 즈음 연습용 타투 기계도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역시 새 제품임을 증명하듯 비닐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찬장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타투를 배울 예정입니다. 사실 이 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잊었습니다. 수업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야 시야에 들어왔어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묵혔던 바람이구나. 책의 초판 발행일을 확인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신년 목표를 세우며 고민했습니다. 속은 부실할지 몰라도 남들 보기에 구색 괜찮게 밟아온 길에 더 그럴듯한 포장을 입히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인가, 아니면 굳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비포장도로에 발을 내딛어 볼 것인가. 여태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이번만큼은 사회 통념상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 말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상징성을 부여하지 말라던 친구의 조언과 다르게 마음속에는 이미 동상을 세운 서른이라는 나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게 능력이 되어버린 나의 세상에서 새로운 능력을 발아했습니다. 물론 여태까지 운영했던 여러 인스타그램 계정들처럼 - 'UXgly Writing'이라는 못난 경험을 가진 일상 속 문구를 모으는 아카이빙 계정과 'MOTD(Mood of the Day)'라는 친구와 함께하던 일상의 상상을 시각화하는 프로젝트 계정 등 - 내 기억에서마저 희미한 흔적일 뿐인 시도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깨끗한 포장 도로를 광내며 F1 영화를 찍는 주변 이들을 보며 갈림길에서 선택한 핸들의 방향 - 지금이 아니면 더 늦는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말미암은 적잖이 충동적인 결정 - 을 미련하다 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 백발의 노인이 된 내가 반추하는 삶에는 후회가 없을 거란 걸 압니다. 그 믿음 하나면 새로운 시작을 시작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