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하루는 여기서 시작된다, 달성공원 새벽시장
도시가 잠든 사이, 아주 조금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평소 같으면 조금 더 자고 싶은 시간이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먼저 일어나고 싶어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오늘은 대구 달성공원 새벽시장을 가기로 마음먹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오래전부터 이름은 들어봤지만, 직접 가본 적은 없었다. “거긴 새벽에 가야 제대로 본다”라는 말을 들은 뒤로 마음속에 작은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섰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 공기는 차가웠지만 묘하게 상쾌했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니 잠이 완전히 깼다. 도시의 아침이 이렇게 조용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보였다. 아직 아침 7시도 되지 않았는데 길가에는 이미 작은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트럭 뒤를 열어 채소를 꺼내는 사람들, 바닥에 천을 깔고 물건을 정리하는 상인들, 그리고 벌써부터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까지.
도시가 아직 잠에서 덜 깬 시간인데도 이곳은 이미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시장을 조금 걷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곳으로 모이는 곳이 있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곳이었다.
커다란 판 위에서 막 만든 두부를 잘라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두부 냄새가 은근하게 퍼졌다.
그 냄새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나도 자연스럽게 줄 뒤에 섰다.
줄이 꽤 길었다. 대략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사람들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작은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앞에 서 있던 어르신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두부는 아침에 먹어야 맛있어.”
그 말을 듣고 괜히 기대가 더 커졌다.
차례가 조금씩 다가왔다.
두부를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탁. 탁.
칼이 두부를 자르는 소리는 생각보다 경쾌했다.
갓 만든 두부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김이 새벽 공기와 섞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두부 한 덩이를 종이에 싸서 봉지에 넣어주었다.
손에 들고 있으니 따뜻했다.
이 작은 온기가 새벽 공기 속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두부를 사고 나니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졌다.
배추, 무, 상추, 파, 시금치.
대형 마트에서는 항상 깔끔하게 포장된 채소만 보다가 이렇게 흙이 묻은 채소들을 보니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어떤 상인은 직접 가격을 종이에 써서 바닥에 놓아두었다.
“한 단 1,500원”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쪽에서는 사과를 바구니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다.
빨간 사과가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었다.
사과를 들고 있는 아주머니가 말했다.
“직접 농사지은 거예요.”
그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신뢰를 준다.
나는 사과도 몇 개 사고 채소도 조금 샀다.
장바구니가 점점 무거워졌다.
커다란 냄비에서 김이 계속 올라왔다.
사람들이 서서 어묵을 먹고 있었다.
새벽 공기 속에서 먹는 따뜻한 국물은 분명 맛있을 것 같았다.
잠시 멈춰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 시장의 분위기는 묘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사람들이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분위기 속에서 어떤 공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에 같은 이유로 나온 사람들.
좋은 재료를 사기 위해, 혹은 그냥 시장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그냥 그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리듬을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대형 마트에서는 이런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다.
마트에서는 사람들과 부딪히지만 서로를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장에서는 얼굴을 기억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서로의 존재가 느껴진다.
시장 끝까지 걸어가 보니 천막들이 줄지어 있었다.
옷을 파는 곳도 있었고, 채소를 다듬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상인은 작은 화로 앞에서 손을 녹이고 있었다.
겨울 새벽의 장사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금 숙연해졌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터이고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생활의 일부이며
누군가에게는 그냥 아침 산책 같은 곳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장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바구니가 꽤 무거워졌다.
손두부, 사과, 채소.
특별한 물건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물건 때문이 아니라 오늘 아침의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시장을 걷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줄에 서 있고
따뜻한 두부를 받아 들고
그 모든 순간들이 평소의 하루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너무 빠르게 살고 있다.
편한 것들에 익숙해졌고, 시간을 아끼는 것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 시장에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조금 불편해도
조금 기다려도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달성공원 새벽시장은 그런 장소였다.
다음에도 또 올 것 같다.
굳이 장을 보지 않더라도.
그저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이 시장의 아침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