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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 행복한 직원과 울상 짓는 사장님?

한국형 워라밸의 현실적 딜레마

by 시소수
"직원들은 환호하는데 사장인 나는 밤잠을 설친다"
"금요일에 모두 쉬면 가게는 누가 지키나요?"
"대기업은 주 4일, 우리 중소기업은 여전히 주 6일... 이게 정상인가요?"


요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주 4일제' 논쟁, 앞서 작성했던 글은 객관적 삼자 또는 근로자의 관점에서 작성해 봤다면 이번엔 중소기업 고용주(자영업자를 비롯한 5인미만 소기업 등)와 주 4일제가 시행되어도 그 혜택과 거리가 먼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작성해 보았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월화수목 4일만 일하고 3일을 쉰다면 누구나 좋겠죠.

하지만 모든 동전에는 뒷면이 있듯이, 주 4일제에도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다뤄 볼 내용입니다.


주 4일제, 꿈같은 제도의 불편한 진실

"금요일마다 3일 연휴!"라는 달콤한 구호 뒤에 숨겨진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나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환경에서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87%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전체 노동자의 약 31%가 이런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김 사장님(36)은 "직원 3명과 함께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데, 주 4일제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1명 더 고용할 여력은 없는데..."라고 토로합니다.

정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작은 사업장들이 주 4일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산업별로 달라지는 주 4일제의 영향

주 4일제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산업별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조업 : 생산 라인이 멈추면 매출도 멈춘다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에서는 주 4일제가 곧 생산일 20% 감소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대형 제조사는 자동화 시스템과 교대제로 커버할 수 있지만, 중소 부품업체는 어떨까요?

중소 금속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박 대표(52)는 "부품 납기일은 그대로인데 작업일이 줄면 결국 야간근무를 더 늘리거나 외주를 줄 수밖에 없어요. 어느 쪽이든 비용 증가는 불가피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도소매업 : 문을 닫을까, 사람을 더 뽑을까?

전국 63만 소매점의 78.9%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입니다. 주 4일제를 맞추기 위해 가게 문을 하루 더 닫으면 그날의 매출은 포기해야 합니다.

동네 슈퍼마켓 주인 이 사장님(58)은 "월 영업이익이 230만원 남짓인데, 직원 한 명 더 쓰면 적자예요. 그렇다고 가게 문을 하루 닫자니 단골손님들이 대형마트로 갈까 봐 걱정입니다"라고 합니다.


외식업 :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문 닫기도 어렵다

음식점 등 외식업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분야 사업장의 79.6%가 5인 미만인데, 주말 장사가 중요한 식당들이 과연 주 4일제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10년째 동네 식당을 운영 중인 최 사장님(46)은 "직원들 4일만 일하게 하려면 사람을 더 써야 하는데, 지금도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결국 가족들이 더 일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서비스업 : 업종별로 엇갈린 영향

병원이나 돌봄 서비스처럼 항상 문을 열어둬야 하는 업종은 주 4일제에 특히 민감합니다. 반면, IT업계는 비교적 유연한 근무 문화로 적응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지역 의원을 운영하는 김 원장(43)은 "환자들이 아프면 금요일에도 진료를 해야 하는데, 의사와 간호사가 4일만 일하면 대체 인력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라고 토로합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해외에선 잘만 하는데 왜 한국은 안 되냐"는 말을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해외 사례는 어떨까요?


아이슬란드 : "압도적 성공"의 비밀

아이슬란드는 2015년 공공부문 위주로 36시간 근무제를 시험했고, 임금은 그대로 보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행복지수와 생산성이 모두 향상되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 노동자의 약 75%가 주 4일제를 선택할 권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인구 36만 명의 작은 나라로, 공공부문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행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의 협조와 노조의 지원이 뒷받침되었습니다.


일본 : 자율적 도입과 생산성 향상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한 달간 주 4일제를 시험해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생산성이 약 40% 가까이 상승했고, 직원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일본 전체로 보면 아직 0.8% 미만만이 주 4일제를 선택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기업 자율 도입 방식으로, 잘 되는 곳은 하고 안 되는 곳은 안 하는 선택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독일 : 노사 협의와 단계적 접근

독일은 이미 많은 제조업체가 주 35시간제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일부 기업이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완료했습니다.

독일의 특징은 노조와 기업 간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입니다. 또한 경기 침체 시에는 Kurzarbeit(단축근무 지원금) 제도로 국가가 임금 일부를 보전해 주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주 4일제가 특히 어려운 이유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주 4일제 도입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영세 자영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음 : 한국은 사업체 수로 보면 87%가 5인 미만사업장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죠.

2. 낮은 노동생산성 :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의 연간 노동시간(2023년 약 1,872시간)을 기록하면서도, 시간당 생산성은 주요 선진국보다 낮습니다.

3. 노동문화와 제도적 준비 부족 : 야근과 회식 문화가 남아있고, 유연근무제 인프라도 부족합니다.

4. 임금체계의 경직성 : 연공서열식 임금이나 고정월급제가 많아 성과에 따라 유연한 보상 문화가 약합니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1. 단계적 도입과 시범 운영

처음부터 전면적인 주 4일제보다는 시범 운영이나 격주 금요일 휴무처럼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에 적응 시간을 주고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 업종별 맞춤형 접근

모든 산업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보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교대제 개편으로, 서비스업은 스플릿 근무로 대응하는 식입니다.


3. 정부지원 강화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인건비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독일의 단축근무 지원금 제도처럼 정부가 일부 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생산성 혁신 투자

노동시간 감소를 생산성 향상으로 만회하는 노력이 필수입니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업무 혁신이 필요합니다.


5. 노사 소통과 합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 간 충분한 소통입니다. 주 4일제를 둘러싼 임금, 근무방식 변경 등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 우리에게 맞는 워라밸의 길을 찾아서

주 4일제는 분명 매력적인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독특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기업만의 축제로 끝나고 중소기업자는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일률적인 주 4일제보다는 업종별 맞춤형 접근과 단계적 도입이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앞서 적었던 것처럼 영세 사업장의 수가 월등하게 높은 산업구조를 고려해서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이 아닌, 우리 모두가 보다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할만한 제도적 정비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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