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사회도 모두가 혼란스러운 시기
3년 전, OpenAI의 예고 없는 선전포고로 시작된 AI 전쟁은 이제 전면전으로 확산하여 무한 경쟁의 단계로 돌입했다. 여전히 회의론이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미 생성형 AI를 받아들였고, 업무와 학습은 물론 일상에 이르기까지 AI가 없는 분야를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발전 속도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었고, 시간문제라 여겼던 변화들조차 그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용자인 우리도 이러한데, 개발자와 연구자들은 오죽할까.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그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한때는 AI 분야의 흐름을 뒤처져서나마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무리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쏟아지는 도구들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쓰기 벅찰 지경이니까. 우습게도,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 다시 AI에게 사용법을 물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르렀다.
나 역시 2023년 3월부터 ChatGPT를 유료로 구독해 왔으나, 지난 9월 구독을 해지하고 현재는 무료 버전만 사용 중이다. 작년부터 'Pro' 버전을 쓰던 Perplexity 역시 1년이 지난 후 무료로 전환했다. 사실 ChatGPT나 Perplexity를 굳이 유료로 유지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현재는 Gemini만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
Gemini를 유료로 쓰게 된 계기는 올해 초 스마트폰을 '갤럭시 S25+'로 교체하면서 받은 5개월 무료 혜택 때문이었다. 이후 5개월이 추가 연장되면서 약 10개월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유료 결제로 전환된 지금도 꽤 만족하며 사용 중이다. ChatGPT 구독은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Google One AI Premium은 성능이나 가성비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든다.
Google이 처음 'Bard'를 출시했을 때의 경험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후 Google Brain과 DeepMind를 통합해 'Google DeepMind'를 출범시키고 모델명을 'Gemini'로 통일하면서, 이 '이란성쌍둥이'는 무섭게 성장했다. 최근 Gemini 3.0의 깜짝 발표를 보면 Google이 이 전쟁의 승기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역시 Google의 저력일까. 이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지만,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온 전략이 이제야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개인이 겪는 혼란과 사회적 파장은 지속될 것 같다. 모든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점차 AI에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나의 연구, 논문 심사, 임상 분야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학습 현장, 심지어 예술 분야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얼마 전 대학가에서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논란이 되었는데, 과연 그게 특정 학교만의 일일까?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AI 사용이 남발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나 또한 사이버대학교에 재학하며 이러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지금은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이 많을 뿐, 앞으로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현재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AI가 창작의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인간 예술가가 AI에게 밀려나게 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의외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우들이 많았다. 아마도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 AI를 깊이 있게 경험해 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May the AI Force be with you." 어차피 각자도생의 시대이니, 부디 각자 뜻하는 바대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