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8. 그녀가 먼저였다.

사전트의 마담 X

by Ciel Bleu

지난 글에서 뉴욕의 프릭 컬렉션 방문에 기대가 크다고 했는데 그만 그녀에게 새치기를 당했다.


메트의 '사전트(Sargent and Paris)' 특별전이 끝난다는 것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이런.

그녀를 그냥 보낼 순 없었다.


전시회 마지막 날, 전시장은 그림 감상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전트의 인기는 역시 대단했다.

전시장 안의 많은 관람객

'마담 X'

작가가 직접 붙여준 그림 속 여인의 애칭이다.

미국판 모나리자란 평도 함께 따라오는 이 작품과 화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1856-1925)'의 어떤 다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지 기대가 된다..


피렌체에서 부유한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를 거쳐 런던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낸 19세기말~20세기 초 활동한 초상화 화가다.

자화상, 1886, Aberdeen Gallery & Museum

'마담 X'는 파리에서의 성공을 위해서 그가 당시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마담 고트로(Virginie Amelie Gautreau:1859-1915)'에게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하여 그리게 된 작품이다.


그림이 발표된 1884년에는 그녀가 그림 속에 입고 있는 드레스의 어깨끈의 위치가 문제였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42회 글을 참조하면 된다.

https://brunch.co.kr/@cielbleu/267

이번 전시회에는 스캔들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한 사전트가 수정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깨끈이 원작과 달리 양 어깨에 얌전히 놓여있다.

Madame X, 1884. Sargent, Met

성공을 위해 그린 이 그림으로 스캔들에 휩싸인 그는 결국 파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이 작품이 그의 최고 걸작으로 남아 메트로폴리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될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번 전시회는 1874년, 18세의 사전트가 파리에 도착한 후 1880년대 중반 '마담 X'를 그릴 때까지 그의 초기 활동을 주로 다룬 전시회였다.


이에 맞춰 전시회 타이틀도 'Sargent and Paris'라고 붙였다는 설명이다.

전시장 입구의 'Sargent & Paris' 사인

이 시기에 그는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초상화 외에 다양한 그림 소재를 수집하였고 당시 남긴 작품들도 전시되어 그의 독특한 테크닉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Capri Girl on a Rooftop, 1879, Arkansas
Smoke of Ambergris,1880, Massachusetts

그는 벨라스케츠(Velazquez)의 테크닉을 추앙했는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아예 프라도미술관에 '필사가(copyist)'로 등록하여 벨라스케츠의 작품을 9편이나 필사했다고 한다.

전시실 한편에 그가 필사한 'Las Meninas'가 걸려있는 이유다.

'Las Meninas' ,1879, Sargent after Velazquez

그런가 하면 사전트와 동시대 화가들이 남긴 파리지앵들의 그림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The Parisienne,1883, Charles Grion(좌)/Lady Meux, 1881, Whistler,Honolulu(우)

어디던 그렇긴 하겠지만 메트의 멤버십은 늘 그 이상의 가치를 준다.

마지막 전시회날임에도 긴 대기줄을 옆으로 유유히 지나 프리패스로 입장하니 마음의 여유가 긴 여행길의 피로감도 거두어가는 듯하다.


오랜만에 본 '마담 X'의 고혹적인 환영도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전시실의 마지막 작품은 '마담 X'로 논란에 빠졌던 그가 다시 명성을 회복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La Carmencita,1890, Sargent, Muse d'Orsay

전시실을 나가기 전 '마담 X'에 대한 당시 언론들의 비평기사와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남길 수 있는 특별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100년 후 관람객들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1884년 당시 '마담X'에 대한 비평 기사들
동감이된 한 관람객이 남긴 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7.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