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aria Bertrand(베르트랑 서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의 중심가 '시아두(Chiado)'.
그곳에 있는 서점 '베르트랑(Livraria Bertrand)'.
2011년 기네스(Guinness)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인정한 곳이다.
1732년에 오픈했다고 하니 거의 300년이 된 책방이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1755년 리스본을 뒤흔든 대지진 이후 1773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서점도 포르투의 유명 서점 '렐루(Livraria Lello)'처럼 프랑스인이 처음으로 서점을 오픈했다.
'베르트랑'이란 서점 이름은 창업주의 사위가 된 사람의 이름으로 그는 자신의 형과 서점 사업을 확장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때 서점 이름이 '이르망스 베르트랑(Irmãos Bertrand: 베르트랑 형제)'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포르투의 렐루 서점도 '이르마우 렐루(Irmão Lello)'였는데 포르투갈의 두 유명 서점의 시작이 흥미롭게도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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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베르트랑 서점(Livraria Bertrand)'으로 불리며 포르투갈 전역에 50여 개의 분점을 둔 대형 체인 서점으로 규모면에서도 역사에 뒤지지 않는 포르투갈 대표 서점이다.
건물 외벽에는 1732년 설립이라는 문구가 또렷이 새겨져 있고 서점 입구에는 기네스 인증서를 자랑스럽게(?) 전시해 놓고 있었다.
18세기 건물에 여러 개의 방을 연결하여 운영되고 있는 서점 안은 '가장 오래된 서점'이란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잘 정돈된 내부다.
먼지가 뿌옇게 덮인 서고가 아닌 현대식 책방 분위기라 조금은 의외의 모습이다.
'가장 오래된'이란 타이틀에서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내부를 둘러보다 중절모를 쓰고 안경 너머로 조용히 시선을 보내고 있는 남자의 초상화와 눈이 마주쳤다.
누구지?
리스본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인물이다.
서점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학가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1888~1935)'다.
포르투갈에는 199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주제 드 소자 사라마구(José de Sousa Saramago:1922~2010)'도 있다.
물론 '베르트랑'에는 그와 관련된 책들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베르트랑' 내부는 처음 진열된 책부터 맨 끝의 카페에 이르기까지 '페소아'가 중심에 있는 듯하다.
서점의 맨 안쪽에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초상화가 그려진 카페가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의 북카페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는 300년 된 '베르트랑' 서점에는 주변이 온통 '페소아'의 흔적이다.
그러나 연결된 방이 많아 안쪽의 카페까지 가는 것보다는 바로 서점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Café A Brasileira)'를 찾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싶다.
1905년 오픈한 '페소아'의 단골 카페로도 유명한 카페이자 20세기 초 포르투갈 지식인들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한 곳이다.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와 '보브아르(Simone de Bearvoir)' 부인의 단골 카페였던 파리 '생제르망(saint-germain de pres)'의 '카페 뒤 마고(cafe deux magots)'를 생각나게 하는 카페다.
카페 바로 앞.
그가 즐겨 앉았다던 자리에는 '페소아'의 청동 좌상이 있다.
1988년에 세워졌다는 이 동상은 '페소아'의 동상임을 알고 찾아왔던, 동상이 있음 무조건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 관광객이던, '시아두'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 조용한 시간을 갖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포르투갈인들의 사랑을 받는 '페소아'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포르투갈 최고의 시인이다.
그가 20세기 문학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점은 그의 작품에 '이명(異名, Heteronym)'을 사용했다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각 작품 속마다 제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을 묘사하는 기법으로 20세기 모더니즘에 혁명적인 시도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무려 70개 이상의 이명을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했는데 생전보다 사후에 발견된 많은 미발표 작품들에서 그의 천재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금세기 최고의 포르투갈 문인으로 추앙받는 문인이다.
포르투갈인들이 얼마나 그를 아끼는지는 그의 묘가 리스본의 상징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있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마누엘 양식으로 유명한 리스본을 대표하는 그 수도원 말이다.
그는 1985년 '제로니무스'에 안치되었다.
그의 특유의 까만 중절모와 콧수염, 까만 신사복을 기억한다면 리스본 곳곳에 그려진 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시아두 광장(Largo do Chiado)'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동상.
'페소아'동상 건너편, 리스본의 유명한 28번 트램이 정차하는 광장에는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동상이 있다.
그를 모르고 '시아두'를 거닌 다면 조금은 결례가 아닐까 싶은 인물.
16세기 이 동네 유명 길거리 시인이었던 '안토니우 히베이루(Antonio Ribeiro)'다.
포르투갈어로 '시아두'는 '쉿 쉿 거리는 소리'라는 뜻이라는데 이 시인은 말할 때마다 쉿 쉿 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여 이 지역 이름이 '시아두'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설명이다.
* 고서점 'Livraria Sa Da Costa'
'베르트랑 서점' 건너편에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고서점이 있다.
역사는 '베르트랑'보다 짧지만 내부에는 무언가 사연이 있을 거 같은 고서들이 가득하여 들어서는 순간 '베르트랑'보다 더 강력한 무엇이 다른 세계로 타임 슬립 시키는 거 같은 느낌을 주는 멋진 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