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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거 Jang Jul 18. 2017

초보 창업가의 교훈

창업 후 1년, 찡찡이 CEO들을 위해

퇴사학교를 창업한지 1년이 넘었다. 3명에서 시작하여 어느새 2배가 넘는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삼성을 다닐 때는 100명~200명 짜리 조직에서 부서 막내 역할을 주로 했다. 당시에는 곁눈질로 훑어보던 부장님과 상무님의 입장이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리더란 정말 외로운 자리라는 것을.

그런 의미로 창업 후 1년, 아직은 초보 사업가이자 대표로서 그동안 나름대로 배운 점들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워크숍을 간다고 꼭 팀워크가 좋아지진 않는다. 지난 봄, 큰 맘을 먹고 창업 후 처음 제주도 워크숍을 다녀왔다. 보통 금토일 주말을 끼고 자비 부담이 있는 워크숍과는 달리, 무려 월화수라는 평일에 전액 회사 비용 부담이었다. 나는 경치 좋은 곳으로 워크숍을 다녀오면 사기도 진작되고 조직 문화도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일은 일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이었지만, 결국 깨달았다. 조직문화는 한 두 번의 워크숍이나 회식으로 금방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단발성 이벤트로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것은 게으른 리더의 임시방편일 뿐.

꾸준히 일상에서의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가끔 날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캐주얼한 금요일 브런치 회식 정도는 필요하다)


둘째, 회사는 대표의 것이지 팀원의 것이 아니다. 많은 리더들이 착각한다. 왜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지 않느냐고. 그것은 당연하다. 그 직원이 회사를 창업하거나 지분을 소유한 게 아닌 이상. 주인 권리가 없는데 주인처럼 마음을 가지라고 말할 순 없다. 다만 그 사람의 성장과 책임을 위해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셋째, 자율과 책임은 쌍둥이 형제이다. 많은 조직들의 병폐가 자율 없이 책임만 강요하거나 책임 없이 자율만 누리려는 것이다. 리더가 책임을 강요하려면 반드시 그에 따른 자유도 보장해야 하며, 직원 역시 자유를 누리기 위해 책임을 다하려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퇴사학교 같은 경우에는 선책임 후자율을 강조한다. 먼저 회사의 전체 비전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개인의 비전과 성장 로드맵을 같이 그린다. 그리고 매 월간, 주간회의 때마다 각자 R&R에 기반하여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따라 약속된 납기/아웃풋을 정의하는 것을 책임의 과정이라고 본다. 물론 이렇게 매일 체계적으로 책임을 달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체계와 기준을 잡아 놓고 계속해서 지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다들 열심히. 대신에 그것에 대한 자율과 권한, 보상을 주는 것 역시 리더의 절대적인 책임이다.)


넷째, 누군가 시켜야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 대표는 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팀원의 내적 동기를 끄집어 내주는 사람이다. 업무를 지시하거나 검사하지 말고, 개인과 회사의 비전이 겹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매 순간을 자가발전기처럼 스스로 일할 수는 없다. 그래서 리더가 '쪼아' 주는 역할로 총대를 매야 하지만, 끊임없이 자가발전할 수 있는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리더의 책임이라고 해야겠다. 어렵다.)


다섯째, 대표가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은 채용과 코칭이다. 좋은 인재를 찾는 것을 업무의 1순위로 삼아야 한다. 또한 기존 인재들을 케어하고 피드백 주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조직은 롱런이 힘든 것 같다.

(6월 한달 중 절반 이상을 채용에만 할애한 것 같다. 그만큼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바쁜 업무에 치여서 우선순위가 자꾸 낮아지는데, 사실 매주 개인 코칭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조직문화가 잘 구축되면 관리비용이 줄어든다.

많은 조직이 커질수록 인사관리 체계 를 구축하려고 한다. 그러나 관리 통제에 집중할수록 더 복잡한 구성원들의 관리 비용만 증대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회사만의 조직문화를 정의하고 공유하며, 거기에 맞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관리비용을 줄이는 왕도이다.

(최근의 채용 과정을 겪으면서 퇴사학교 역시 조직문화를 명문화하고 공유하려고 노력중이다. 사람이 한 명 늘어나는 것 조차도, 조직문화가 없다면 비용이 너무 커지는 것 같다.)


일곱째, 야근을 안할수록 잘된다고 믿어야 한다. 필자 역시 창업 초기이다 보니 업무량이 매우 많다. 하지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히 갈수록 야근을 줄이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효율 고부가가치 방향으로 사업을 끌고가기 위해서는 여유와 휴식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건 솔직히 아직 완전히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 아니 사실 거의 각자 집에서 밀린 일들을 하는 것 같다.

갓난 아기일 때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24시간 붙어서 보살펴야 하지만, 아이가 걷고 자라고 스스로 먹고 쌀 줄 알게 되면 이제 손이 줄어들겠지.. 그렇게 믿고 있다. 얼렁 회사를 키워서 스스로 돌아가게 만들자. ㅠ ㅠ)


여덞째,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합리성'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기본적으로 매 순간 실시간 의사결정을 하고 모든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존재이다. 사업에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합리성이라는 잣대가 있어야 팀원의 신뢰도 얻고 숱한 변수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나는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아직은 오만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말은 '모든 건 리더 탓'이다. 예전에 상무님과 사장님을 보며, 또 나라의 리더들을 보며 모든 건 리더 탓이라고 말했었는데, 이제 와서 내가 대표라고 그 말이 바뀔 수는 없다. 리더는 모든 권한과 정보, 책임을 쥐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 리더가 남 탓을 한다면 그것보다 바보같은 일은 없다.



http://www.hankookilbo.com/v/f825f431ee0744a38a98effaebd088ba




최근 한국일보 칼럼에 쓴 내용입니다.

위에는 이렇게 썼지만, 사실 리더란 자리가 많이 외롭습니다. 팔로워의 자리 역시 많은 고충이 있는 것을 알기에 리더의 외로움은 2순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리더도 찡찡거리고 싶을 때가 있겠지요. 그런 의미로 조만간 <초보 창업가들을 위한 찡찡이의 날>을 한 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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