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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24. 2017

비선형적 시간 : Nonlinear Time

문경아 작가의 세 번째 전시.



작년 이 맘 때였다. 문경아 작가로부터 개인전의 평론을 맡아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녀의 두 번째 개인전인 <Stay>(2016)의 평론을 말이다. 사실 나는 2015년 겨울, 가로수길의 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Be with Me>(2015)에서 이미 작가의 팬이 되어 있었다. 그 제안을 앞에 두고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 번에 확답을 주지 못한 이유는 지극히도 개인적인 이유, 미술과 관련된 논평을 써 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덜컥 겁부터 났다.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모를 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글 하나로 앞길이 창창한 유망한 작가의 커리어를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욕심이 난 것도 사실이다. 첫 번째 개인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작품 속 아이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기 때문이다.


첫 개인전에서 심각한 나.


"아니에요. 영준 님 글이라면 어떤 모습이라도 이 아이들이 더 빛이 날 거에요." 나의 소심한 걱정에 문경아 작가가 건네 준 말이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 그 평론을 어떻게 썼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자신감에 가득 차 써 낸 글이라기보다는, 처음 써 보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 차 어떻게든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절부절했던 글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그 곳에 와 주신 분들이 작가님의 작품들만큼이나 글을 좋아해 주셨다는 것이다. 오프닝의 공연을 열어 주신 피아니스트께서는 글의 서두에 담겨 있던 부분을 연주곡에 나래이션으로 써 주시기도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건방진 생각이었다. 내 작은 글 하나가 누군가의 커리어를 망치고 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말이다.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조금 더 밝아졌다.
그리고 두 번째 개인전의 첫 평론.


1년이 지났다. 지난 금요일, 문경아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비선형적 시간>(2017)이 전주에서 열렸다. 매번 서울에서 전시를 이어온 작가님은 개인적인 이유로 이번 전시의 장소로 전주를 선택하셨다고 한다. 물론 이번 전시의 평론 또한 내가 맡게 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문경아 작가의 전시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 동안 수 많은 미술전을 다니면서도 특정 인물의 화풍이라던가 성장에 대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낀 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전시에서는 그런 부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존재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첫번째 전시)하여, 그 존재들이 함께 나누는 시간을 설명(두번째 전시)하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 존재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의 의미에까지 나아가는 그 이야기들을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모두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이번 전시에 함께 진열된 평론 중 서두의 일부분이다.


이번 전시에 함께하게 된 두 번째 평론

시간이 성숙해져 가는 공간.

누구에게나 감정이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봄날에 꽃망울이 터지듯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처음 느끼게 되는 순간.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탄생한 하나의 감정은 수많은 반복의 과정을 거쳐 마음속 어딘가에서 단단해지고, 충분히 무르익는 순간에는 또 다른 감정과 결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해가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해맑게 웃으며 행복하다고만 하던 아이가 자라서는 너무 행복해서 슬프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듯이 말이다... (이하 생략)




사실 이제는 문경아 작가의 행보에 함께 하게 된 것이 너무나 즐겁다. 작가가 성장해 가는만큼 스스로에게도 많은 것들이 자극이 되어 돌아오고, 그 과정에 작은 먹선 몇 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을 혼자서 이루어가야 하는 속에 누군가와 함께하는 걸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런 작업. 내게는 이 전시가 그렇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과 나.





전시 제목 : < 비선형적 시간 : Nonlinear Time > 
전시 기간 : 2017년 4월 21일(금) ~ 5월 20일(토)
전시 장소 : ART1 gallery (루이엘모자박물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성당길 8 (경원동 1가 7)
문의 : 063 - 283 - 5454 / cielpinkart@naver.com 
관람시간 : 10:00 ~ 20:0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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