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단약 약 2개월째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낮에는 긴팔, 반팔 어느 것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고, 아침과 밤에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일렁일 때
산책을 하며 주변을 돌아볼 때
나는 문득 감사함이 들었다.
날씨의 변화를 온전히 만끽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이렇게 감사할 줄이야.
우울증에 시달리던 지난 몇 년간은 꽤나 어둡고 긴 터널을 터덜터덜 걸어온 느낌이다.
맑은 날씨에도, 비가 오는 날씨에도 기분은 늘 비슷했다.
정확히는 늘 멍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거나, 또는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에 정신력을 분산시켰다.
그러나 우울증 약을 끊고 난 지금은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한 곳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멀티가 안된다는 걸 몸소 체험 중이다.
(멀티 하는 습관은 뇌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씨가 변화하고 계절이 흐른다는 걸 체감한다.
포근하거나 쌀쌀한 바람이 뺨을 스칠 때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게 행복했다.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도 기대하지 않았던 내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날개를 팔랑이는 하얀 나비가 내 옆을 스치던 때였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
훗날 내 모습은 어떨지.
끝까지 가보고 싶어졌다.
무슨 계기로 인해서 이렇게 좋은 감정이 들게 된 것인지 나조차 알 수 없어 아쉽다.
좋은 것은 나누어야 더 좋은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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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힘이 든 하루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아픈 날이다.
오랜만에 ‘아 정말 마음이 아프다는 게 이거였었지.’라는 걸 느끼고 있다.
그래서 지치고, 다시 무너질까 겁이 났다.
그때마다 이렇게 나를 다독였다.
지금은 분명 힘들고 아프지만, 결국엔 다 지나갈 거라는 걸 알지 않냐고.
내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심코 이런 말을 건넨다.
다 지나가.
그렇다고 안 힘든 건 아니야.
근데, 정말로 다 지나가서 괜찮아지는 날이 찾아와.
그러니까 버티자.
라고.
오늘은 오랜만에 나에게 이 말을 해주어야겠다.
다 지나가.
그러니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치우자.
밥 먹고, 샤워를 하고, 공부를 하고.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