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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지컬배우 박소연 Sep 01. 2015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언니가 하는 거, 나도 할래!!"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에 대한 경쟁상대인 형제/자매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본 말일 것이다. 
 


그렇게 10살의 박소연은 언니를 따라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어느  때처럼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서 학원을 간 아이의 눈에 어느 날 그룹으로 노래를 배우는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의 눈에 그 아이들이 들어온 이유는 노래를 배우는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노래를 배우는 장소에 함께 와 있다는 것 이었다. 


"내가 노래를 배우면 학원을 오가고 배우는 동안에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든 아이는 그날 부로 부모님한테 계속해서 노래를 배우게 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으로 다섯 가족의 살림살이를 운영해야 했던 어머니는 '빠듯한 살림에 그럴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는 보내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이의 갈망은  더욱더 강해졌고, "반 대표로 전교 노래 대회에 나가게 됐다"고 생애 첫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 태어나서 처음 해본 거짓말이었기에 지금도 그때의 심장소리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나버렸지만 그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어머니는 노래를 하는 것을 허락했으나 아이가 노래를 업으로 삼는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노래하기를 허락 맡은 후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아이는 초등학교 때 여러 콩쿠르와 대회를 돌아다니며 상을 타곤 했었다. 수업을 빼고 대회를 나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학교 수업은 뒷전이었다. 


노래에 미친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였다. 중학교 입학시험 결과가 문제였다. 아이의 반편성 시험 석차가 전교 600명 중에 500등에 가깝게 나온 것 이었다. 교육자였던 아버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으셨고, 어머니는 그날 부로 아이가 더 이상 노래를 못하게 하셨다. 


아마도 노래를 영영 그만두게 하실 작정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네가 반에서 1등을 하면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줄게"라는 너무 강력한 조건을 제시했었기 때문이다. 


울고 불고 떼를 쓰면 기준이 낮아지거나 조건을 철회할까 싶어서 반항하던 여중생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았지만, 부모님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죽자살자 공부하는 것 외에는 없었고, 한 겨울에도 졸음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추운 베란다에서 상을 펴놓고 공부하는 등에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어머니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이가 원하는 전공의 대학교에 진학하고, 유학을 마치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노래를 부르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어른들에 의해서 재능이 개발된 것이 아니었고, 넉넉한 부모님의 경제적 여유로  지지받았던 것도 아니었고, 가족 중에 누가 음악을 해서 그 길을 따라간 것도 아니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긴 이후로 그 한 가지 만을 바라보고 달렸던 것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싶다"라는 강한 열망을 힘든 순간에도 놓지 않고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진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라는 부분이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라는 질문은 잘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해서 되어지는 그 '무엇'이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데뷔가 늦어지고 있는 재능 있는 제자가 있다. 나이도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되는 분야이기에 늦게 시작하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다. 


제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이 여전히 그 것이라면 '그것을 평생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되기 위해' 죽도록 애써 보라는 것이다. 


"화려한 실패를  꿈꿔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서 목적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실패를 맛보라는 뜻이다. 


과연 죽을 힘을 다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 사람이 '화려한 실패'를 겪을 수 있게 될까? 난 그 자세가 '작은  성공'의 씨앗이 될 거고 '작은 성공의 씨앗'들이 모여서 '큰  성취'라는 숲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화려한 성공' 보다는 '화려한 실패'를 좇으며 '작은 성공'의 씨앗들을 많이 거두고, 그 씨앗들을 잘 가꾸어 저마다 각자의 큰 성취의 숲을 이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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