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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회

by 정선화





나는 인생이, 세계가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탈출할 수 없고, 그저 꿈만 꾸는 거죠. 우리는 구원에 이를 수 없어요. 구원은 우리에게서 차단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나의 구원은 사랑을 하는데 있다고, 꽤나 가망 없는 방식이지만 사랑하는데 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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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꿈을 꾸고, 사랑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고, 그 기록들을 무모하게 박제하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게 내 운명인 걸요. 내 운명은 모든 것이, 모든 경험이 아름다움을 빚어낼 목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나는 실패했고, 실패할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삶을 정당화할 유일한 행위라는 것 또한 압니다. 끊임없이 경험하고 행복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는 수밖에요. 나는 늘 이런 저런 일들에 어리둥절해 하고, 그러고 나서는 그 경험으로부터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경험 가운데 가장 행복한 것은 홀로 책을 읽는 거에요. 아, 책 읽기보다도 훨씬 더 좋은 게 있네요. 나의 환자의 경험에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인데, 그 것은 이미 읽은 책을 읽는 기분이랍니다.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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