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날씨 끝내준다.
햇볕은 짱짱한데-
불싸대기 이만 대 맞은 것 같은 강력한 칼바람이라니
이렇게 이중성 쩌는 날씨는 처음이야. 신선해.
그러게 왜 나왔어.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쉬어야지.
감기 들면 어쩌려고.
그깟 감기가 대수야?
나 안 왔어봐 오빠 또 땅 파고 들어가서
시키지도 않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을 거잖아.
미안하다. 내가 할 말이 없네.
또- 오빠가 미안하긴 뭘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진짜.. 우리 아빠 대신해서 사과할게.
오빠가 이해해줘.
원래 딸 가진 아빠들은 다 바보야.
딸바보란 말이 괜히 나왔게.
틀린 말씀도 아닌데 뭐.
귀하게 키운 딸,
최고로 좋은 자리로 보내고 싶으신 게 당연하잖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어.
몇 대 기업? 사자 직업?
어우- 촌스럽게 누가 그런 걸 따져.
저녁 드시고 드라마 세 개 챙겨볼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 건데.
어디서 이상한 건 배워가지고.
꽃보다 남자 찍는 줄.
주머니에서 돈 봉투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잖아.
하하. 그 정돈 아니셨어.
엊그제 큰엄마가 다녀가신 모양이야.
우리 아빠랑 큰엄마 영혼의 라이벌이거든.
자식 자랑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해.
있는 살 없는 살 다 붙여서.
듣다 보면 저게 대체 누구 얘긴가 나까지 고갤 갸웃한다니까.
중간에서 나하고 사촌 언니만 죽어났지.
그 사촌언니가 괜찮은 남자를 만난 거구나.
큰어머니께 자랑스럽고
아버님 보시기에 음.. 배 아픈?
딩동댕~
절반 맞았으니까 맞춘 걸로 해줄게.
절반만?
괜찮은 남자가 나타난 건 사실인데
그것도 큰엄마랑 울 아빠가 흠모해 마지않는 의사 선생님이-
오-
근데, 언니 남자 친구 있거든.
사귄 지 삼 년이나 됐어. 큰엄마는 알면서 모르는 척 시위 중이시고.
뭐하는 사람인데?
고된 일 하는 사람
직장도 탄탄하고 연봉도 꽤 센 편에 속하지만
큰엄마가 좋아하는 와이셔츠파가 아니라서 반대
누가 영혼의 쌍둥이 아니랄까 봐 두 분 다 똑같이 촌스러워서 원.
그래도 그 형님은 월급이 세서 반대가 오래가진 않겠네.
오빠 월급도 훌륭하거든!
그리고 형님 아니야. 언니보다 네 살 연하.
나보단 한 살 적고 오빠보단 세 살 어리네.
언니분이 능력 있나 봐.
완전- 찍은 건 다 쟁취해.
예비 형부도 일 년 동안 지켜보다가 낚아챘다는 거-
실은 나도 언니한테 코치받은 거다.
그럼 우리도 그분 작품?
그러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고.
어깨 좀 펴고 가슴도 활짝 펴.
울 아빠도 큰 엄마도 다 넘어오게 되어있어.
어쩔 거야. 자식이 죽고 못 산다는데.
난 오빠 아니면 안 돼.
오빠랑 나랑 힘을 합쳐 버티기 들어가면 게임 끝이야.
엄마도 우리 편이고.
어머님은 나 괜찮으시대?
꿈에 그리던 사윗감이라 셔.
착하고 성실하고 밥도 잘 먹고.
모난 구석 하나 없이 둥글둥글하고.
우리 아빠가 좀 까탈스러웠어야지.
아빠 같은 남자 데리고 오면 삽으로 떠서 버린댔어.
어머님 맘에 드셨다니 다행이긴 한데
이러다 나, 아버님께 더 찍히는 거 아니야?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우리 아빠도 괜히 심통 나서 저러시는 거지 좀만 지나 봐라.
오빠 업고 다니려고 할 걸?
우리 사위 우리 사위 노래 부르면서.
설마..
진짜야.
우리 아빠 까탈은 엄마 한정.
다른 식구들한테는 한없는 애정을 쏟아부으신다네.
그게 아빠표 애정 표현이라나 뭐라나.
엄마는 질색하는데-
진짜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야지.
내일부터 아버님 아침운동 가실 때 따라갈까?
다섯 시 반에 나가신댔지?
오-케이
나도 같이 갈게.
아빠가 보자마자 인상 써도 개의치 말기.
시간 두고 천천히 아빠의 마음을 정복합시다.
우린 잘 될 거야
걱정은 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