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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고나이모 Jan 16. 2017

우린 잘 될 거야


우와-  날씨 끝내준다.

햇볕은 짱짱한데-

불싸대기 이만 대 맞은 것 같은 강력한 칼바람이라니

이렇게 이중성 쩌는 날씨는 처음이야.  신선해.    


그러게 왜 나왔어.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쉬어야지.  

감기 들면 어쩌려고.    


그깟 감기가 대수야?

나 안 왔어봐 오빠 또 땅 파고 들어가서

시키지도 않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을 거잖아.      


미안하다.  내가 할 말이 없네.    


또-  오빠가 미안하긴 뭘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진짜..  우리 아빠 대신해서 사과할게.

오빠가 이해해줘.  

원래 딸 가진 아빠들은 다 바보야.

딸바보란 말이 괜히 나왔게.    


틀린 말씀도 아닌데 뭐.

귀하게 키운 딸,

최고로 좋은 자리로 보내고 싶으신 게 당연하잖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어.

몇 대 기업?  사자 직업?

어우- 촌스럽게 누가 그런 걸 따져.  

저녁 드시고 드라마 세 개 챙겨볼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 건데.

어디서 이상한 건 배워가지고.  

꽃보다 남자 찍는 줄.

주머니에서 돈 봉투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잖아.    


하하.  그 정돈 아니셨어.    


엊그제 큰엄마가 다녀가신 모양이야.

우리 아빠랑 큰엄마 영혼의 라이벌이거든. 

자식 자랑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해.  

있는 살 없는 살 다 붙여서.

듣다 보면 저게 대체 누구 얘긴가 나까지 고갤 갸웃한다니까.

중간에서 나하고 사촌 언니만 죽어났지.      


그 사촌언니가 괜찮은 남자를 만난 거구나.

큰어머니께 자랑스럽고

아버님 보시기에 음.. 배 아픈?    


딩동댕~

절반 맞았으니까 맞춘 걸로 해줄게.      


절반만?    


괜찮은 남자가 나타난 건 사실인데  

그것도 큰엄마랑 울 아빠가 흠모해 마지않는 의사 선생님이-    


오-    


근데, 언니 남자 친구 있거든.  

사귄 지 삼 년이나 됐어.  큰엄마는 알면서 모르는 척 시위 중이시고.      


뭐하는 사람인데?    


고된 일 하는 사람

직장도 탄탄하고 연봉도 꽤 센 편에 속하지만 

큰엄마가 좋아하는 와이셔츠파가 아니라서 반대

누가 영혼의 쌍둥이 아니랄까 봐 두 분 다 똑같이 촌스러워서 원.    


그래도 그 형님은 월급이 세서 반대가 오래가진 않겠네.    


오빠 월급도 훌륭하거든!

그리고 형님 아니야.  언니보다 네 살 연하.

나보단 한 살 적고 오빠보단 세 살 어리네.      


언니분이 능력 있나 봐.      


완전-  찍은 건 다 쟁취해. 

예비 형부도 일 년 동안 지켜보다가 낚아챘다는 거-

실은 나도 언니한테 코치받은 거다.    


그럼 우리도 그분 작품?    


그러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고.

어깨 좀 펴고 가슴도 활짝 펴.

울 아빠도 큰 엄마도 다 넘어오게 되어있어.

어쩔 거야.  자식이 죽고 못 산다는데.

난 오빠 아니면 안 돼.  

오빠랑 나랑 힘을 합쳐 버티기 들어가면 게임 끝이야.

엄마도 우리 편이고.      


어머님은 나 괜찮으시대?    


꿈에 그리던 사윗감이라 셔. 

착하고 성실하고 밥도 잘 먹고.

모난 구석 하나 없이 둥글둥글하고.

우리 아빠가 좀 까탈스러웠어야지.  

아빠 같은 남자 데리고 오면 삽으로 떠서 버린댔어.      


어머님 맘에 드셨다니 다행이긴 한데

이러다 나, 아버님께 더 찍히는 거 아니야?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우리 아빠도 괜히 심통 나서 저러시는 거지 좀만 지나 봐라.

오빠 업고 다니려고 할 걸? 

우리 사위 우리 사위 노래 부르면서.    


설마..    


진짜야.  

우리 아빠 까탈은 엄마 한정.  

다른 식구들한테는 한없는 애정을 쏟아부으신다네.

그게 아빠표 애정 표현이라나 뭐라나.

엄마는 질색하는데-    


진짜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야지.  

내일부터 아버님 아침운동 가실 때 따라갈까?

다섯 시 반에 나가신댔지?    


오-케이

나도 같이 갈게.  

아빠가 보자마자 인상 써도 개의치 말기.

시간 두고 천천히 아빠의 마음을 정복합시다.  

우린 잘 될 거야  

걱정은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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