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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l 25. 2024

3000원에 일본 직구 되는 390원 짜리 과자의 비밀

물류를 알면 보이는 커머스 사업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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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맛 과자가 있다고요?

언젠가 소개드렸던 최근의 작은 취미가 있다면 일본어 회화 공부입니다. 매주 한 번씩 일본인 선생님을 만나, 1시간 정도 자유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몇 달 전 오사카에서 맛본 ‘타코야키’가 대화 주제로 언급됐습니다.

오사카 우메다 거리 노점에서 맛본 타코야키. 저기 끼얹어진 갈색 소스를 일본에서는 그냥 ‘소스’라 부른다. ⓒ엄지용

일본 현지에서 타코야키를 주문하면 크게 ‘소스맛’, ‘소금맛’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요. 소금맛은 그렇다 치고 대체 ‘소스맛’이 어떤 맛이고, 무슨 소스가 뿌려진지 아무 설명도 없거든요. 혼란함을 애써 숨기며 소스를 먹어보면 돈까스에 부어먹는 우스터소스 같은 느낌이 있긴 한데요. 일본인 선생님이 말하길, 우스터소스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소스’라는 독립적인 장르가 있다나요? 일본인들은 ‘소스맛’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너무나 확고하기에, 그게 대체 무슨 맛인지는 전혀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고요.


대화를 이어가던 중 일본인 선생님이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혹시 ‘소스맛 과자’가 있다는 거 아냐고요.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과자의 이름은 ‘빅카츠(ビッグカツ)’. 아무리 봐도 돈까스를 연상시키는 이름과 포장지를 자랑하는 친구인데요. 선생님은 어렸을 때(이 분 20대입니다.) 이 과자를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종종 사먹는, 많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과자라고 설명하더군요.


근데 보편적인 한국인 정서로는 돈까스 맛 과자라고 하면 이게 대체 뭔가 싶잖아요? 괴식 챌린지라고 해야 할까요.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네이버쇼핑에 검색을 했고요. 운 좋게도 구매대행으로 이 상품을 꽤나 잘 팔고 있는 셀러를 만났습니다. 바로 넉넉하게 10개를 주문했고요. 며칠의 시간은 걸렸으나, 이 과자는 저희 집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먹어보니 진짜 돈까스 맛 맞고요. 심지어 그 식감까지 소스에 절여져 눅눅해진 돈까스의 그 느낌입니다. 정말 신기했는데, 달고 물려서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정말로 박스에 담겨서 배송된 빅카츠 묶음. 아직 6개 정도 남았는데 맛보고 싶은 분 있나요? ⓒ엄지용

여기까지 보자면 흔한 구매대행 쇼핑 후기잖아요? 근데 제가 느끼기에 정말 이상한 것은 이 소스맛 과자의 맛(맛도 이상하긴 했습니다.)이 아니었습니다. 이 과자의 가격이었는데요. 이 상품을 네이버에서 판매하는 구매대행 셀러는 과자 하나당 가격 390원에 물류비 3000원, 심지어 최소주문금액조차 없이 상품을 팔고 있었거든요.

딱 봐도 홀로 압도적인 가격과 구매수, 별점을 자랑하는 상품이 보입니다. ⓒ네이버쇼핑 캡처

독자 여러분이 체감하고 있겠지만, 셀러들이 설정하는 한국 발송 택배비는 기본 3000원에 요즘은 3500~4000원까지 받는 곳도 꽤 보이는데요.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에 따르면 이 빅카츠는 일본에서 ‘항공운송’을 통해 날아오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항공운송료까지 포함됐는데 소비자에게 받는 고작 3000원의 물류비로 이익을 남기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던 거죠. 이제 조금 커넥터스다운 주제로 바뀌었죠? 그 자세한 비밀은요...

390원짜리 빅카츠 판매업체가 밝힌 국제배송 프로세스 안내 ⓒ네이버쇼핑 캡처

위클리 뉴스픽 :                

물류를 알면 보이는 커머스 사업 기회

사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은 당연히 상품가에 충분한 ‘이익’을 붙였거니 싶었는데요. 같은 빅카츠 과자를 라쿠텐에서 검색해봤더니, 30개 들이 상품을 1102엔(약 1만원)에 팔고 있고요. 배송비는 780엔(약 7100원)을 받고 있더라고요. 상품 가격만 치면 개당 36.7엔(약 330원) 꼴인데, 이게 묶음상품으로 인한 할인이 들어간 가격을 감안한다면 결코 한국 셀러가 일본 소매가격 대비 폭리를 취한다고 보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아마존과 경합하는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라쿠텐’에서 빅카츠를 검색해본 결과 ⓒ라쿠텐 캡처

심지어 배송비는 국제물류가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더 저렴한 3000원을 받고 있으니 일본보다 더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예컨대 한국 셀러에게 390원짜리 빅카츠를 30개 구매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해외 배송비를 포함한 최종 결제금액은 1만4700원에 불과하니까요. 제가 일본 현지에서 라쿠텐에 들어가서 30개 들이 빅카츠를 구매하는 데 드는 총 결제비용 1882엔(약 1만7100원)보다 더 저렴하네요?


결국 이 돈까스맛 과자의 비밀은 상품을 판매하는 당사자를 만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미제로 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바로 어제 일본을 포함하여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B2C 전자상거래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는 크로스보더 물류회사 임원과 이야기 중 우연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정확하게 빅카츠를 판매하는 글로벌 셀러의 상황을 알고 적은 것이 아닙니다. 크로스보더 물류 전문가가 전해준 일본발 한국향 B2C 전자상거래 물류 서비스의 일반적인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니,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아래 내용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류비에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요?


해당 임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빅카츠의 소매가격이 일본 내 300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기에, 한국 판매가 390원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마진 비중을 가져가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 봤고요. 이는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본 것으로 만약 해당 셀러가 보다 경쟁력 있는 도매가격에 소싱이 가능하다면 마진율은 더 높일 수 있겠죠. 물론 그 마진이야 고작 ‘몇십원’ 아니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이게 ‘마진율’로 본다면 두 자릿수의 괜찮은 숫자가 나올 수 있거든요.


여기 더해 한국 소비자에게서 받는 3000원의 물류비 안에서도 충분히 중간 이익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해당 임원의 설명입니다. 심지어 390원짜리 단 하나의 상품만 구매한 고객에게 발송하더라도 물류비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고요.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국제물류를 포함한 B2C 전자상거래 물류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기 때문인데요. 해당 임원이 전한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B2C 전자상거래 물류비용 구조를 뜯어보자면 크게 1) 일본 현지 배송대행지까지 픽업비용, 2) 항공운송료, 3) 수입통관비용, 4) 한국 내 택배비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본 현지 픽업비용


일단 일본 현지 픽업비용을 살펴보면 앞서 라쿠텐 사례에서 봤듯 일본 국내 택배비가 한국 국내 택배비보다 많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요. 크로스보더 물류에 있어서 일본 현지 집하 물류는 한국으로 발송할 여러 상품을 묶어서, 일반적인 택배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상품 발송이 가능하거든요. 일본 현지 택배비용이 780엔이라고, 일본 현지 상품 한 건당 집하비용이 780엔은 아니라는 거죠.


해당 임원에 따르면 이 빅카츠 업체는 일본 현지에서 배송대행지(집하지)를 운영하는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네이버쇼핑을 통해 한국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이 배송대행지에 용차, 현지 택배 등을 통해 상품을 대량 발송하여 이후 배송 전체를 위탁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 경우 빅카츠 판매 셀러가 어느 정도 이상의 물동량을 다루고 있다면, 빅카츠 한 건당 현지 픽업비용은 ‘100원’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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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항공운송료


다음으로 항공운송료인데요. 해당 임원에 따르면 현재 일본을 출발하여 한국으로 가는 항공운임은 1kg당 900~1000원 정도의 비용에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저렴한가 싶을 수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고가는 여객 항공기의 이동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라고요. 항공운송에서는 화물기 이상으로 여객기의 화물칸(Belly Deck)을 통한 운송량도 상당한데, 한일간 잦은 여객기의 이동은 그만큼 물류로 활용할 수 있는 유휴공간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고요. 항공사가 더 낮은 부킹 운임을 포워더에게 줄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빅카츠 과자 하나의 무게는 약 18g인데요. 이를 가장 작은 박스에 넣어서 발송한다고 하면 그 무게는 많이 잡아봐야 200g이 안될 것으로 해당 임원은 추측했습니다. 빅카츠 한 개를 발송한다고 하면 대략 ‘200원’ 정도의 비용이 항공운송료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입니다.


3) 수입통관 국내 택배비


다음으로 수입통관비용은 한 건당 약 ‘300원’을 잡으면 된다고 했고요. 마지막으로 앞서 빅카츠 판매 셀러가 일본 현지 배송대행지를 운영하는 외주 물류회사에 물류 전반을 위탁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했잖아요? 이 경우 국내 택배 역시 해당 외주 물류회사의 영업망 및 물량을 기반으로 확보한 택배사 계정을 통해 보다 저렴한 금액에 국내 택배 이용이 가능하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한국 내 택배비용은 ‘2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종합하자면 390원짜리 빅카츠 한 개를 3000원의 물류비용을 받고 한국으로 발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600원<100원(현지 픽업비)+200원(항공운송료)+300원(수입통관비용)+2000원(택배비용)>으로 추산됩니다. 상품에서 몇십원의 마진을 보는 것과 별개로, 몇백원 정도의 추가 마진을 고객으로부터 받은 물류비 3000원 안에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이는 한 건의 빅카츠 발송을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고요. 이 셀러는 100개 이상의 빅카츠를 주문하더라도, 변함없이 3000원의 고정 배송비로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거든요. 그렇다면 고객은 기왕 같은 배송비인 것, 한 개보다는 여러 개의 빅카츠를 동시에 주문할 수 있겠죠? 제가 1개는 아쉬워서, 10개의 상품을 한 번에 주문했던 것 처럼요.


이 경우 상품 판매량 증가에 따른 마진은 늘어날 수 있더라도요. 발송 무게 증가에 따른 물류비도 증가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물류비에서 남기는 이익은 줄거나 오히려 업체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에게 추측한 내용을 알려준 크로스보더 물류기업 임원은 일본발 한국향 물류를 수행하는 외주 크로스보더 물류기업이 한국 택배업체와 ‘고정 단가’ 계약을 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직구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한 대형 택배업체는 30kg까지 고정된 계약금액에 택배비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기에 100개를 발송하더라도 고작 1.8kg인 빅카츠 정도는 무난하게 큰 물류비 증가 없이 발송이 가능할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본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조금 감춰져 있던 물류를 아니까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막 보이지는 않나요? 저 역시 괜히 일본발 구매대행 사업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오늘 이야기가 새로운 사업의 힌트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1등 추격자들의 노림수

오늘은 셀러 단위의 굉장히 작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큰 규모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닷컴이 한국 상품을 모아 보는 전용 플랫폼 ‘한국 파빌리온’을 오는 8월 오픈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인데요. 이거 사실 예전부터 저희가 예측했던 그림인 것 아시죠? 커넥터스가 글로벌 셀러들에게 이번 서비스 오픈이 무슨 의미를 품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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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를 바꿔 배달시장 소식을 살펴봅니다. 얼마 전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 소식이 업계에 큰 논란이 됐죠. 외식업주들은 그야말로 강력하게 반발하기 시작했고요. 지난해 음식배달 시장이 역성장 하는 상황에서도 7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챙겨간 1등 플랫폼이, 여전히 어려운 소비 침체 상황에서도 자사 이익을 더욱 끌어올리고자 시도하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공분까지 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플랫폼 이탈까지 관측되고 있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달의민족 4241억 흑자의 이유독점에 가까운 플랫폼은 어디까지 돈 벌 수 있는가(feat. 묶음배달), 커넥터스


한 편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플랫폼이 하나 있습니다. 쿠팡이츠에게도 밀려서 업계 3위 플랫폼이 된, 왕년 딜리버리히어로의 성골 후계자 요기요인데요. 요기요는 배달의민족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동시에 끌어당기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배달 현장 반응을 커넥터스가 취재했고요. 여전히 확연한 반전을 만들기엔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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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본진이나 다름없는 ‘신선식품’ 영역에서 치열한 방어전을 펼치고 있는 3위 플랫폼 SSG닷컴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통합 멤버십 오픈에 이어서, 이번에는 신선식품 및 생필품 구매에 특화한 ‘버티컬’ 멤버십을 오픈한 것인데요. ‘장보기’라고도 불리는 해당 카테고리는 정기 구매가 발생하는 만큼, 특히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SSG닷컴뿐만 아니라 쿠팡, 배민, 컬리, 롯데 등 요즘 이 시장 플레이어들의 종합적인 움직임까지 살펴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또 멤버십 출시로 반전 노리는 SSG닷컴과 요즘 장보기 커머스 분위기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일상 속에서 나오는 소소한 궁금증을 물류 관점에서 해석하는 건, 예전부터 참 좋아하던 글쓰기 방식 중 하나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쓸데없는 무게만 늘다 보니, 이런 글을 참 오랜만에 쓰지 않았나 싶네요. 괜찮으셨으면 따봉 부탁드리고요. 따봉 반응 보고 앞으로 이런 걸 더 쓸지, 아니면 반성해야 할지 고민하겠습니다. 뭐가 됐든 더 좋은 콘텐츠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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