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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가까스로, 계속해서 생각하는 마음

by 김동진

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런저런 기준 같은 걸 분방하게 늘어놓게 된다. '음... 뭐가 있을까' 같은 말을 '좋은 질문이네요' 같은 추임새처럼 덧붙여 보면서. 요즘 생각하는 건 이런 것들이다.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있나? 아마도 그렇지 않거나 자주 실패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글'이라는 단어를 되뇌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아주 아주 조금은 더 괜찮은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마음. 때로는 나보다 내가 쓴 글이 더 나아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그걸 따라가겠다는 마음으로. 남은 올해에도 아직 조금 더 남은 다음 해에도 그렇게 나아가고 싶다. (2025.11.19.)


1. "가치 있는 인식을 생산해 낼 것". 어디선가 신형철 평론가가 언급한 '글쓰기의 준칙'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글쓴이가 어떤 글을 쓰고 난 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듯, 좋은 글을 읽으면 읽은 이 역시 '그 글을 읽은 사람'이 된다. 그 글이 아니었다면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들, 평소에 막연히 담고 있던 화두를 다른 방식으로 조명해 주는 일들, 그리고 그것을 읽었다는 사실로 인해 달라지는 어떤 마음들. 그런 글은 대체할 수 없다. 오직 그 글이 안겨주는 인식이다.


2. 열려 있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어떤 현상이나 가치, 또는 타자와 사회에 대해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판단이 있다. 나는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그 자체로 전부 완전히 존중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으므로, 글에서도 글쓴이의 어떤 철학은 담길 수밖에 없거나 담겨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거나 충분한 판단을 거치지 않은 무엇이 있다고 약간의 여지를 열어 두는. 그건 그 글이 가지고 있는 태도다. 물러서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확신하지는 않고 섣불리 단정해버리지 않는.


3. 쓰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바로 이 자리에 어떤 단어가 있어야 할지, 이 문장의 다음에는 어떤 문장이 이어질지 고민한다. 고민의 산물은 글에 꽤 역력히 드러난다. 정확한 단어와 문장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만나면 쾌감을 느끼는 건 물론 바로 그 글이 나의 어떤 것을 완전히 대변해 주는 것처럼 다가온다. 뜻만 통하면 된다는 말만큼 글쓰기에 있어 무책임한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충 무슨 느낌/의미인지 알면 되는 게 아니라 특정한 감각, 감정, 사고를 최대한 제대로인 방식으로 전달해 주는 '바로 그' 언어가 어떻게든 있음을 납득하게 하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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