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여덟
영화에는 우연 같은 순간이 자주 등장하고, 그런 우연들은 각각의 챕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감독은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런 우연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우연 같은 일이 바로 오늘 내게도 있었다. 4년 전에 갔던 오키나와에 대해 며칠 전 쓴 글 하나가 오늘 어떤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리면서 조회수가 만을 넘었다. 단지, 기억해두고자 기록한 글이었으므로 나는 매우 놀랐지만 동시에 기뻤다. 오키나와에 대한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그 숫자만큼, 아니 그보다 더 밀려온 오늘이었다.
그런 오늘 본 영화에 오키나와가 등장했다. 이미 나는 프롤로그부터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주인공 시형에게 동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연처럼 영화의 마지막은 오키나와로 향했고, 시형은 그곳에서 내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것,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글을 쓰는 일을 했다. 어쩌면 이 우연은 특별한 것이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주 근사한 우연이었다.
영화 GV가 끝나고 감독님에게 오늘 일을 얘기하며 "아주 근사한 우연이었어요"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내게 "그런거예요"라고 말해주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춤을 추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글 쓴 날: 2017년 8월 9일)
이미지 출처: 영화 <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