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시작
어릴 때부터 답답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글을 썼다. 잘 쓰는 건 아니었지만, 글을 쓰고 나면 속에 있던 답답한 것들이 조금은 배출되는 것 같았다. 말로는 차마 하지 못할 이야기들도 글자로 옮기면 한결 가벼워졌다.
일기장에 적기도 했고, 누가 볼까 봐 비밀 게시판에 남기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일기나라’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던 시절도 있었다. 누군가 내 글을 본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 글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이 읽는다고 생각하면 부끄럽고, 금세 지워버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 혼자만 보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내가 겪은 순간들, 내가 느낀 감정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공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8년 전쯤 브런치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때는 용기가 없었다. 막상 글을 올리려니 “내 글을 누가 읽을까?”, “부족하다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더 앞섰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을 멈췄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나답게 쓰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 신청’을 했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큰 도전처럼 느껴졌다.
신청을 하고 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괜히 떨렸다. ‘혹시 거절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마음보다 ‘승인되면 얼마나 기쁠까’라는 기대가 더 컸다. 그리고 드디어 ‘승인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 순간 정말로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기뻤다. 아직 책 한 권도 쓰지 않았지만, 브런치가 나를 ‘작가’라고 불러준다는 사실이 무척 고마웠다.
오늘, 나는 첫 연재를 시작했다. 글을 공개한다는 건 나에게 여전히 큰 용기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기대도 있다. 누군가는 내 글에 공감해주지 않을까?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까? 그런 작은 바람이 나를 다시 글 앞으로 불러온다.
쓰다 보면 분명히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부족한 문장이라도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꿈꾸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언젠가는 ‘저는 작가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간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내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무대가 있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글을 쓰는 일이 여전히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고 계속 써보려 한다.
브런치스토리 10주년 ‘작가의 꿈’ 이벤트에 응모하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잘 쓰는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쓰는 사람은 되고 싶다. 글로 세상과 연결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용기를 내어 글을 남긴다. 이 용기들이 쌓여 나의 꿈에 닿기를,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