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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Tech Aug 09. 2024

반일 감정도 강한 한국에서 왜 일본의 슈트가 인기일까


일본의 슈트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설명을 드리자면 대부분의 슈트는 기성 사이즈로 대량 생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소비자들에게는 금액이 저렴해지고 많은 재고 중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메이저 서프 브랜드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슈트를 소개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슈트는 지난 수십 년간 생산의 방식에 있어서 큰 개혁을 이루지 못한 듯 보입니다. 우리가 요즘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갈라파고스화 되어가는 일본의 모습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저는 이와 같은 일본의 처지를 종종 ‘그 탓이기도 하고, 그 덕이기도 하다.’라고 표현합니다. 그 탓으로 양산 브랜드들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비싸졌고, 디자인적인 선택의 폭은 좁아졌으며, 생산 기간 역시 상대가 안 되는 수준으로 뒤처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싼 슈트를 선택하고, 결제한 후엔 인도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런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 중 대부분은 바로 앞서 설명했던 단점 속에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일본은 수십 년간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슈트를 생산해왔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장인으로 성장했으며, 소규모 생산이니까 야말로 가능한, 새로운 소재를 적극 도입하고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비견 이제는 일본 슈트에만 있는 특수한 사례는 아니지만, 고가의 겨울용 슈트의 내피에는 주로 ‘기모(起毛)’소재가 채용되는데, 우리가 보통 겨울옷을 사서 입을 때도 내피로 주로 사용되는 그 기모가 맞습니다.


이 기모의 종류도 다양한데, 최초의 원재료가 무엇인지와 어떠한 가공 방식을 통해 결과물을 얻어내는지에 따라서 보온성과 건조성 등의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슈트의 소량 수제 생산, 고가 판매를 고집해왔고, 그로 인해 고가의 신소재를 다양하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느리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맞춤 제작’이라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슈트라는 제품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신체와 틈이 없는 밀착감과 쉽게 체온을 떨어트리지 않는 보온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또 유독 반일 감정도 강한 한국에서 왜 일본의 슈트가 인기일까요? 앞서 말한 대로 슈트는 일본이 아니어도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말이죠.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바다가 유달리도 춥기 때문입니다. 동해 바다의 표층 수온은 아직도 16도 대이고, 불과 한 달쯤 전까지만 해도 갑작스레 냉수대가 들이닥쳐 7도 대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루 만에 사라진 해프닝이었지만) 한여름 무더위에도 바다에서 놀다 보면 금방 체온이 떨어졌음을 느낀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요즘은 목욕탕의 냉탕도 20도 이상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하니 이 정도면 동해의 수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실 수 있겠네요. 아무튼 요즘 이렇게 따뜻한데도 수온이 이 정도인데? 겨울엔 오죽할까요? 네. 맞습니다. 겨울에는 수온이 10도 이하까지도 떨어집니다. 정말로 지독하게도 춥죠. 그리고 정말 아쉽게도(?) 동해는 겨울 파도가 더 좋습니다.


서퍼란 족속들은 아마 바다 수온이 0도, 아니 그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파도’만’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입수할 족속들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찾아낸 방법 중 하나가 ‘일본의 커스텀 슈트’인 셈이고요. 아직 국내에 서퍼들의 인구가 많지 않고 소개되는 브랜드들도 한정적일 때 내피가 기모로 조차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겨울용 슈트를 입고 서핑을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들 중 눈치 빠른 누군가는 먼저 내피가 기모로 된 일본의 슈트를 맞춰 입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아예 물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드라이 슈트를 입고서 겨울 바닷속에서 덥다며 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방향으로의 이해를 갖게 된 서퍼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일본의 슈트를 맞춰 입게 된 것이죠.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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