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2.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재독
3. 『도넛을 나누는 기분』
4. 『내일의 엔딩』
5. 『저에게 재능이 있나요?』
6.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7.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8. 『눈사람 자살 사건』
9. 『재능이란 뭘까?』
10.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결핍(자원 부족)이 인지력과 행동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망라하기 위한 조어造語의 향연.
어떤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을 무시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어떤 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깊이 몰입한 나머지 옆에 앉은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집중의 힘은 뒤집어 말하면 다른 것들을 지우는 힘이다. (p. 59)
존재의 구멍은 고통에 기거하여
구멍이 토한 은유는 어떤 말로도 번역되지 못한 채 사랑과 멸종을 되풀이한다.
단지 구멍
존재의 구멍
구멍의 존재
그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구멍의 존재론」 부분)
미처 하지 못한 말 대신
차마 묻지 못한 말 대신
이어폰 한쪽, 도넛 반쪽을 내밀던 그 시절 그 마음.
이상하다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유계영, 「말할 수 없는 슬픔」 부분)
º 김소형, 김현, 민구, 박소란, 박준, 서윤후, 성다영, 신미나, 양안다, 유계영, 유병록, 유희경, 임경섭, 임지은, 전욱진, 조온윤, 최지은, 최현우, 한여진, 황인찬
떠나간 줄 알았던 시간을 비춰 내일을 밝히는 홀연한 빛.
산다는 건 희망도 절망도 아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은 세상의 규칙일 뿐이고, 신에게는 아무런 의도가 없다. (p. 42)
어렵고 두려워도
빛나지 않아도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다만 한 걸음씩 나아간다, 다른 삶은 필요 없으니.
다른 삶은 없다. 광나지 않아도 빛나지 않아도 다른 삶은 필요 없다. 충분히 고독할 수만 있다면. 멈추지 않고 조금씩 나아갈 수만 있다면. (p. 43)
시 하나에 편지와
시 하나에 향기와
시 하나에 안녕과 시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보는, 시 헤는 맘.
풍파가 찾아와도 시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자신은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으니 걱정 말고 언제든 꺼내 읽어 달라는 것처럼. 회사가 힘들어도 나에게는 시가 있고, 시를 읽으면 우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농도의 눈물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p. 94)
부서졌던 소녀는 부서진 채 살아남아
자신의 진실로 세상의 벽에 부수려 쓰고 말하고 생각한다, 영원히.
내게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서 똑같은 이야기를 천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썼다.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목소리는 잃었지만 언어는 남아 있었다. (p. 86)
어지러운 우화들 속에서 살아남은 건 스스로 증발한 눈사람뿐.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p. 14)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재능, 나의 불행, 사랑할.
일단 써야 한다.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회? 오든지 말든지. 하지만 무조건 써야 한다. 한참을 쓰다보니 기회라는 것과 맞닥뜨렸다. 기회는 눈앞에 써 있는 것을 읽는다. 그렇다. 읽을 것이 있어야 읽는 것이다. (pp. 82~83)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더 해보려고 들어간다, 실은 끝까지 닫힌 적 없던 문을 열고.
왼발 오른발의 순서를 잃고
길 한중간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처럼
숨 쉬는 법을 배웠다
(「워크숍」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