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에서 만난 친구 민정, 선룡 부부는 파리를 찾은 한국인들에게 커플 스냅사진이나 웨딩촬영을 해주곤 했었다. 사실 파리의 낭만적인 명소 앞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건 많은 신혼부부와 커플에게 로망 같은 일이 아니던가? 하물며 파리에 살고 있고, 친구가 웨딩촬영을 한다면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올리비에에게 청첩장을 위해 웨딩촬영을 하자고 제안했다. 시큰둥하게 예쓰를 날리더니 올리비에씨께서 전날 저녁 오래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둥, 내가 준비한 나비넥타이는 별로라며 자신의 넥타이를 그냥 하겠다는 둥 어쩌구 저쩌구 내속을 박박 또 긁기 시작했다. 나는 꾹 참고 알겠다하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에펠탑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트로카데오역에 도착했다. 정작,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 나를 번쩍 들고, 뽀뽀하고, 뛰라면 뛰고 안으라면 안고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것이다. 에고고 이렇게 잘 해주기야? 어이없이??? 어제 그렇게 나를 피곤하게 하더니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해주었다. 막상 해보니 본인도 재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프랑스 남자들의 특징인지 올리비에만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그는 한번을 이왕이면 하는 김에는 없다. 싫으면 꼭 집어 말한다. 어떻게 보면 뭐든 참고 해주다가 뒤에서 뚱하는 캐릭터는 정말 아닌 거다. 뒤끝은 없는 거라는 거다. 친구들이 준비해준 다양한 소품들과 재미있는 촬영 컨셉 덕분에 정말 기대 이상의 재미난 사진들이 나왔다. 눈앞에 한가득 펼쳐진 에펠탑을 배경으로 나를 번쩍 매우 가볍다는 듯이^^ 들어 올린 사진이 우리의 청첩장 사진이 되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본 몇몇 프랑스 친구들은 그거 합성한 거 아니야? 라고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