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세상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하다
[본 콘텐츠는 제주센터와 머니투데이의 공동 기획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모노리스 김종석 공동대표 & 제주센터 이병선 센터장
모노리스의 ‘9.81파크 제주’는 제주 자연을 바라보며 중력 가속도만으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다. ICT기술을 접목해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기록, 랭킹 등의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말 그대로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현실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제주센터가 머니투데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끌고,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는 모노리스의 김종석 공동대표를 만났다. 9.81파크 제주를 통해 제주의 가치와 창업생태계를 알리며, 나아가 글로컬 유니콘으로 성장할 모노리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 진행.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제주 창업생태계에서 중요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모노리스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종석 모노리스는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테마파크의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스페이셜(Spatial)’ 게임 파크라고 합니다. 현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그 공간이 가상공간으로 확장되는 콘셉트입니다. 그 첫 번째가 2020년 7월 오픈한 9.81파크 제주이고요. 레이싱 게임을 현실에 구현한 곳이죠.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단순히 스타트업을 지원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제주 지역의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기관입니다.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스케일업시켜 궁극적으로 엑시트(Exit)까지 이어지고, 또 엑시트의 성과가 제주 지역에 재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창업하는데요, 모노리스가 창업 지역으로 제주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종석 제주도는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가장 좋은 테스트베드입니다. 모두 제주도에서 재미있고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만큼 우리의 고객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콘텐츠에도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특징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죠. 레이싱을 즐기다 보면 협재 바다와 비양도, 새별오름, 한라산이 다 보입니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처럼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고, 앱을 통해서 랩타임 기록과 랭킹도 볼 수 있죠. 라이선스에 따라 달릴 수 있는 코스도 정해져 있어서, 상급자 라이선스를 획득해야만 새로운 코스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고요. 연말에는 우수 기록자들을 대상으로 챔피언십 파이널도 개최합니다. 제주에 함께 온 사람 혹은 더 좋은 기록을 세운 사람과 경쟁하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도 즐길 수 있는 다이내믹한 경험이 사람들을 9.81파크 제주로 끌어들이는 거예요. 실제로 9.81파크 제주에 30번 정도 방문해서 총 302회 정도 레이스를 즐기신 분도 있을 만큼 마니아들도 생겨나고 있죠. 9.81파크 제주 방문을 위해 제주에 오는 분도 많아지고 있으니, 이제는 저희가 제주 관광 산업에 이바지하는 부분도 있고요. 현재 9.81파크 제주에는 연간 50만 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 앞으로 2~3년 후에는 연간 100만 명이 오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노리스가 제주 창업생태계에서 상당히 좋은 사례가 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제주의 창업생태계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이병선 제주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감귤이나 바다 같은 관광 분야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주도가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배터리 충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관련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혁신을 일으키는 스타트업이 많아졌습니다. 또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제주센터 투자기업이 IPO까지 앞둔 좋은 사례도 있고요. 제주가 우리나라에서 민간 위성 발사와 데이터 수신에 최적화된 입지 조건을 갖췄으니 항공우주 분야의 스타트업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드론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의 테스트베드로도 제격이고요.
9.81파크 제주를 오픈한 지 3년 만에 많은 성과를 이루셨어요.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김종석 처음부터 우리나라에 테마파크 한두 개만 만들고 끝낼 생각이 아니었어요. 제주도를 시작으로 해외 주요 도시에 9.81파크를 다 세울 계획이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출 예정인 국가에서도 미리 상표와 특허를 등록했죠. 기술과 제품, 운영 시스템, 앱 등을 다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진출하기도 전에 하는 게 번거롭고 힘들었지만, 해외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보면 가치 있는 일이 되었죠. 조만간 도심을 배경으로 한 실내형 테마파크도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만들기 시작할 거예요.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아 언제든 즐길 수 있고, 미디어나 AR 기술을 활용해 더 생생하고 무궁무진한 레이싱의 세상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거죠. 최근에는 3호점을 부산에 만들기로 한 협약도 맺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협의 단계이지만 올해 1월 UAE 경제사절단 100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어 대통령님과 함께 UAE에 다녀왔어요. 페라리 월드 아부다비 근처에 9.81파크를 만들자는 논의도 하고 왔죠.
이런 시도와 노력을 잘 봐주신 건지, 지난 10월 ‘2023 관광 진흥 유공 정부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우리가 잘해오고 있었다는 게 증명된 것 같았죠.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인데요, 투자사 설득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종석 테마파크는 스타트업이 뛰어들기 어려운 산업 분야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데, 고정관념인 거 같아요. 9.81파크 제주에는 600억 원 정도가 들어갔어요. 스타트업 영역에서는 정말 큰돈이지만, 테마파크 산업 관점에서는 혁신이죠. 중형 테마파크도 5,000억 원 이상 필요한데, 저희는 거의 10분의 1 수준만으로 이뤄냈잖아요. 스타트업은 곧 ‘혁신’이에요. 그 가능성을 본 VC가 있었죠. 거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활용해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이병선 보태어 말씀드리자면, 제주센터가 모노리스를 1기 입주 보유 기업으로 선발했고, 제주센터의 전담 파트너였던 카카오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드머니도 투자했습니다. 플랫폼적인 요소도 있고 AR·VR 기술을 활용한 테마파크라는 점을 혁신적으로 평가한 거죠.
김종석 아마 제주센터에 입주하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당시 스타트업이 테마파크를 만든다는 것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거든요. 부지 마련이나 인허가 절차가 쉽지 않은 데다 주요 기술도 직접 개발하면서 테마파크를 만들기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막 창업한 회사가 할 수 있다고 아무리 외쳐봤자 믿어주지 않거든요. 특히 인허가에 대해서는 담당 기관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제주센터 입주기업이라는 점이 신용도를 높여주었죠.
제주 창업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도 나눠보려 합니다. 제주 창업생태계의 특수성이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병선 제주는 물리적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멀지만, 비행기로 오가니 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친숙하죠. 또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가 가장 적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관계 인구도 한몫하고 있죠. 또 섬이기 때문에 폐쇄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테스트베드로서는 최적화된 환경입니다.
김종석 제주가 가진 특별한 환경과 아름다운 자연, 그다음에 제주에서만 나오는 여러 가지 특수한 재료가 있거든요. 업무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고요. 관광 분야의 스타트업이라면 제주도에서 시작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서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중요성이 큽니다. 70만 명 정도의 인구와 연간 1,500명의 관광객이 있으면서 클로즈드(Closed)된 환경, 이건 정말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이에요. 제주도에서 하나의 비즈니스모델이나 사이클을 만들고, 그것을 서울이나 부산, 더 나아가 글로벌로 가지고 나가 스케일업하면 되거든요. 물론 상대적으로 인력 채용이 어렵다는 점이 있지만, 여러 가지 제도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뒷받침되고 있는 것들이 많으니 점차 해결될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제주도를 창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제주 스타트업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VC도 있더라고요. 모노리스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주에 좋은 스타트업이 생겨나야 투자사도 몰리는, 이런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서 생태계가 커질 수 있으니까요. 모노리스가 성장해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지역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이 투자사를 만나는 것과 스타트업 트렌드를 쫓아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할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요?
이병선 창업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투자입니다. 초기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성장의 과정마다 적절한 투자가 지속해서 이어져야 하죠. 데스밸리를 통과할 시점의 스타트업에 얼마만큼의 자금력이 뒷받침되는지에 따라 그 지역 창업생태계의 건강성이나 스타트업들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제주센터로서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한 투자와 스케일업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 입니다. 제주센터가 지난 4월 지역 내 최초로 TIPS 운영사가 되면서 제주 스타트업이 R&D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외에도 2018년부터 이어온 시드머니 투자 사업을 확대해 왔고, 올해에는 시리즈A 전 단계까지 투자할 수 있는 벤처 투자 펀드도 결성했습니다. 이 역시 더 커져야 합니다. 적어도 시리즈A에서 시리즈B 사이까지 가능한 투자 펀드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투자사와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주요 투자사를 초청해 투자·보육 기업을 소개하는 ‘J-Investor′s Day’나 ‘JEJU DEMO-DAY’ 같은 행사는 매년 꾸준히 개최하고 있어요. 이번 9월에는 도내 총 37개 창업생태계 관련 기관과 기업이 주관 및 주최한 ‘스윜아일랜드’를 열었습니다. 제주의 창업생태계와 외부의 창업가가 활발히 교류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협업의 접점이 되었죠.
이번 대담의 주제가 ‘지방시대-글로컬 유니콘을 키워보자’입니다. 아직은 지역의 스타트업이 글로벌까지 진출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지역의 스타트업이 글로컬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김종석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 테마파크 이름을 9.81파크로 지은 이유도 아라비아 숫자는 전 세계가 공용으로 사용하니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허나 상표 등록도 국내만 하는 게 아니라, 진출 예정인 국가에서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특허 출원 후 등록까지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제 제주 지역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대표 혹은 제주에 관심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응원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김종석 제주는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입니다. 제주센터 같은 TIPS 운영사가 생겨났고, 상장한 기업도 많아지고 있죠. 좀 더 일찍 제주에 TIPS 운영사가 생겨났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최근에는 투자 펀드도 늘어났고, 제주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잖아요. 제주 창업의 강점이 많으니,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이라면 제주에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병선 8년 전에 제주센터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스타트업이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했었어요. 그리고 생태계라고 할 것은 더더욱 없었죠. 그런 환경 속에서 제주도의 창업생태계가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룩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예비 창업자가 의지와 좋은 아이템 그리고 거기에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인사이트만 있다면, 제주의 창업생태계를 활용해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세요. 제주의 창업 관련 기관과 지원 프로그램 등을 잘 활용하셔서 좋은 기업을 만들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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