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수림 Apr 23. 2019

씹어야 살이 빠진다

개그우먼 김신영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얼마 전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홍진영 씨의 언니 홍선영 씨의 다이어트를 돕기 위해 김신영 씨가 본인의 다이어트 팁들을 전수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개그우먼 김신영 씨는 다이어트를 단기간만 바짝 하고 만 것이 아니라 지금도 6년 넘게 다이어트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38kg 이상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훌륭한 다이어트 전적 덕분에 그녀는 많은 다이어터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죠. 다이어트를 한 달, 두 달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6년 이상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가진 남다른 끈기와 인내력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가 했던 다이어트 방법이 현실적이고 오랜 기간 지속 가능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김신영 씨의 다이어트 비결에 주목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저 역시 다이어트 진료를 주로 하는 한의사로서 그녀가 하는 다이어트 코칭을 더욱 관심 있게 보았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편을 봤던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이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그 말이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로 여겨졌답니다. 그 명언은 바로, "씹어야 돼"입니다.



씹어야 살이 빠진다


  "씹는 것? 당연한 것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씹는 행위(저작 활동)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답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특별히 더 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포만감'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만감은 '물리적인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사실입니다. 밥을 한 그릇 먹을 때보다 세 그릇 먹을 때 배가 더 부른 것은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 닭가슴살과 같은 고단백 식품, 그리고 식이섬유가 가득한 샐러드, 수분이 많은 과일 등을 섭취해서 물리적으로 배가 더 부르게 느껴지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적절하게 지방을 첨가하여 칼로리를 높이면 포만감이 더 커지기 때문에 아보카도나 견과류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외에도 음식을 먹을 때 윗턱과 아래턱을 열심히 움직여주면 포만감을 느끼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씹는 것으로 어떻게 살이 빠지게 만들 수 있을까?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으면 잇몸과 교근에 분포하는 삼차신경의 분지가 흥분되고 신호가 중뇌의 저작 중추에 전달됩니다. 이로 인해 시상하부가 자극되어 히스타민 신경계에서 신경 히스타민이 분비되고, 결국 시상하부의 포만중추에 작용하여 식욕을 조절하고 내장지방의 분해와 체지방 분해를 촉진시킵니다. 그래서 식사를 할 때 많이 씹기만 해도 식욕이 줄어들고 체내 지방을 감소시킬 수 있죠.


  그리고 천천히 많이 씹는 훈련을 하면 점점 더 포만감을 느끼는 감각이 예민해져서 식욕이 스스로 조절되고 포만감을 제 때에 느낄 수 있게 정상화되어 과식과 비만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해외의 한 논문에서는 음식을 15번을 씹었을 때보다 40번을 씹었을 때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농도가 낮아지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들은 증가하였다고 보고 하였습니다.



안 씹으면 살찐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연구들에서 음식을 잘 씹지 않고 빨리 먹으면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정상체중인 사람들에 비해 비만인 사람들이 식사시간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들도 굉장히 많답니다. 일반적으로 포만감을 느끼는 시간은 식사 시작 후 20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연구에서는 평균 식사시간이 10분 미만인 비율이 비만군(약 40%)에서 정상 군(약 27%) 보다 더 높았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해외 연구에서는 천천히 먹는 사람이 빨리 먹는 사람보다 11.4% 더 적은 칼로리를 섭취했더라도 식사시간이 20분이 넘어가면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포만감에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즉 천천히 많이 씹어 먹으면 오히려 적게 먹으면서도 포만감은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마법 같은 일이지 않나요?




  의학계에서는 바쁜 생활패턴으로 인해 인공적이고 강한 맛의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식품 기호성이 비만 인구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보기도 합니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셰이크나 식사대용 스무디, 출출할 때 바로 먹을 수 있는 곤약 젤리 등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씹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액상이나 겔 형식으로 된 음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려고 했을 때 같은 양의 고형식을 먹을 때보다 포만감이 오래가지 않아 자꾸 다른 것을 조금 더 먹고, 또 먹다가 결국에는 보통의 한 끼보다 더 많은 양을 먹고 나서야 배부름이 느껴지고 욕구가 충족되어 먹는 행위를 비로소 멈추게 된 경험을 해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귀리 우유나 단백질 셰이크만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 김신영 씨의 오징어 김밥과 같은 다이어트 식단이 준비과정은 더욱 길게 걸리지만 다이어트를 하기에는 결국 더 쉬운 것입니다.




김신영의 오징어 김밥의 비밀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느껴지는 오징어+묵은지+현미 김밥은 일반적인 식단보다 훨씬 많이 씹어야 삼키고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더 씹으려고 하지 않더라도 먹으려면 일반적인 식사보다 더 많이 씹어야 삼킬 수 있는 메뉴죠. 꼭 오징어 김밥이 아니더라도 단백질과 식이섬유, 적당한 지방과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많이 씹을 수 있는 메뉴'라면 오징어 김밥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재료를 구성할 때 가공이나 조리가 덜 되어있는 식품일수록 제2의 오징어 김밥과 같은 메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를 활용하더라도 떡갈비나 불고기보다 토막 내어 굽거나 통째로 수비드를 하면 같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더 크며, 양배추를 먹더라도 양배추즙으로 마시는 것보다는 샐러드나 쌈으로 활용하면 더 많이 씹을 수 있죠.



천천히 많이 씹어 먹으면 좋은 점들


  포만감 이외에도 천천히 많이 씹어 먹어야 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씹으면 소화를 시키면서 소모하는 칼로리 양을 음식 300칼로리당 10칼로리씩 늘릴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한 달에 2000칼로리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씹으면 위장관의 혈류량이 늘어나 소화력이 높아진다고 하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8년간 추적조사를 했을 때 빨리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 대사증후군이 생길 위험성이 35%나 높다고 합니다.


 한 때 많이 씹는 것을 강조한 플레처 다이어트라는 것이 유행했던 때가 있습니다. 플래처라는 사람이 많이 씹을수록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생긴 것이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답니다. 씹는 횟수가 영양소의 섭취 양을 늘리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천천히 많이 씹으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식욕을 조절하고 살이 찌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하고 있어 여전히 천천히 많이 씹는 것은 강조할 만하답니다. 




가장 쉬운 다이어트 방법, 많이 씹는 다이어트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참는 것보다 차라리 무엇이든 하는 것이 더 쉽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살을 빼려면 무엇을 먹지 않아야 할까요?'라는 질문보다 '뭘 먹어야 살이 빠질까요?'라고 묻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배고픔을 참고 견디려고' 하는 것보다 '포만감을 잘 느끼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다이어트가 훨씬 쉽게 느껴진답니다. 매번 도전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자꾸 포기하게 되는 다이어트, 다이어트가 너무 어렵다면 오늘부터는 식사할 때 한 입을 먹을 때마다 평소보다 더욱 여러 번 씹으려고 노력해보세요.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시간이 20분이 넘어가면 더욱 좋고요.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식사할 때마다 내 앞에 있는 사람보다 '더 적은 양씩' 떠먹으면서 '더 많이 씹고', '더 오래 먹으면' 이긴다고 생각하며 드셔 보세요. 그 경기에서 많이 이길수록 배부름은 더 많이 느끼면서 살은 도리어 빠지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에는 더욱 건강하게 먹기 위한 초간단 지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