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치를 힐링이라 명하다
몇 주째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먹고 치우고 보다가 잠들면 또로록 옆에서 잠들고, 잠든 모습 보다가 나도 잠들고. 그렇게 뒹굴뒹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이 쌓여가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봄맞이 대청소로 쓸고 닦고 둘이서 야무지게 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는 겨우내 묵은 이불과 세탁물로 쉼 없이 돌아갔다.
그렇게 창문을 다 열어놓고 청소를 해도 상쾌했던 오늘, 부모님이 보내주신 개조개로 만든 미역국과 초장 무침을 만들고선 아점으로 맛있게 해결한다.
배부르게 먹고선 저녁에 출근하는 동거인이 눈을 붙였고, 그 옆에서 채널만 돌리던 나도 전염되어 따라 잠들었다.
창문을 열었을 때 그 화창했던 하늘을 기억한다. 얼마만의 쾌청한 하늘이었던지, 이런 날은 집에 있는 게 죄악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죄인이 되겠다는 생각에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없는 낮잠의 늪으로 빠져버린 우리.
한 때 주말마다 각종 행사와 전시를 두루두루 섭렵하며, 모임에 문화생활까지 집은 정말 잠자는 장소로 쓸 때도 있었다. 나와 만나기 위해선 우선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하며, 각종 전시와 공연 스케줄 예약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 다이어리가 항상 색색별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017년 3월과 2019년 3월을 비교해봤다.
2017년은 2번의 여행과 골목 그림 모임 2회, 드로잉 워크숍 4회의 모임으로 빠듯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2019년은 주말은 1번의 여행이 전부다. 물론 이렇게 된 것에는 상황에 대한 차이가 있다. 2017년 3월은 현재 동거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바쁜 스케줄로 승화시키던 중이었고, 지금은 그 동거인과 나무늘보 같은 신혼의 주말을 보내고 있는 중이랄까.
사실 스케줄이 있고 없고 보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유무가 가장 중요하다. 2017년 그때에도 난 내가 해보고픈 걸 해서 행복했고, 지금도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서로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며,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즐거움이 좋다. 그러므로 이렇게 좋은 날 우린 집 안에서 뒹굴뒹굴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얘기한다.
신혼이니까 가능한 거라고.
나는 말한다.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즐겨주겠노라고.
3년 좀 넘게 연애하다 결혼한 지 6개월째.
아직 우린 알콩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