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말.
거진 30년을 살았던 고향 진해로 향했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지인들의 말에 내려가는 고향길이 설레었다. 이런 마음은 점점 고향으로 가까워지는 버스 안에서도 느껴졌다. 이른 아침 출발 버스였던 진해행 우등버스 안 승객들도 창 밖으로 보이는 연분홍빛 등장에 연신 고개가 흔들거렸다.
그러다 점점 다가갈수록 탄성도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연분홍빛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4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진해는 이미 시내, 산 할 것 없이 도시 전역이 전부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직 축제 시작 전인데도 벚꽃이 만개해 이미 관광객과 관광버스가 가득 차 있었다.
전국에서 최대의 벚꽃단지라 불리는 진해는 매년 4월 1일부터 10일까지 군항제가 열린다. 3월 말에서 4월 초쯤 개화되는 벚꽃의 시기에 맞춰 꽃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때는 전야제 날 시장의 인사말에서 ‘ 꽃이 안 펴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도 있었는데 근래 몇 년 동안은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시기에 맞춰 딱 벚꽃이 펴서 흩날리는 벚꽃 아래서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30년 넘게 매년 봄마다 보아온 벚꽃이지만 매년마다 설레는 건 벚꽃이 주는 아련함 때문이 아닐까.
추운 겨울을 견디고 견뎌 꽃부터 피우는 벚꽃은 팝콘처럼 몽실몽실 뭉태기로 피어났다가 일주일쯤 바람에 흔들흔들거리다 땅으로 한 잎씩 떨어진다.
흔들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바닥에 닿기 전에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며 중고등학교 시절 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기다린 때도 있었다.
벚꽃은 낙화도 아름다워 꽃이 펴있을 때보다 낙화할 때가 더 분위기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군항제가 끝난 뒤 주말에는 진해 지역민들이 낙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후 여린 잎사귀가 푸르러질 때 보라색 버찌가 벚나무에 주렁주렁 열린다. 버찌를 막어본 적은 없지만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차마 그 입안이 쉬이 변하는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요즘은 벚꽃을 눈으로 즐기면서 입으로도 즐길 수 있는 상품도 많이 나왔다. 하이네켄의 체리블라썸 시리즈부터 벚꽃 소다라는 스파클링 음료도 나왔고, 핑크색이 눈에 띄는 마카롱까지. 그 외에도 과자나 주류 등도 벚꽃 패키지로 출시를 했다.
이번 진해 방문에 추위로 꽃구경을 맘껏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이렇게 음료와 마카롱으로 달랬다. 사실 미진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벚꽃 마카롱도 먹고 싶었으나 버스 시간이 빠듯하여 사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이다.
이번 꽃놀이는 롱 패딩이 간절히 생각나는 강풍과 추위로 아쉽게 무산이 되었으나 서울에서의 꽃놀이를 기대하며 다가온 봄을 즐겨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