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이스트의 편안함의 습격
현재의 삶을 응시해 본다. 아침이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집 안의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차를 타고 출근하고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스크린만 쳐다본다. 육체가 아니라 머리로 일한다. 일을 마지고 집에 오면 나의 저녁거리가 되어줄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칼로리 음식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만면에 띤다. 그런 다음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겨 우주 어딘가에서 송출된 유튜브에 몸을 맡긴다. 불편함이 느껴질 일은 없다. 가장 육체적으로 불편한 일이라면 운동 정도였는데 이마저도 냉방 시스템이 되어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편안함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마이클 이스터의 책 '편안함의 습격'. 저자는 인류가 잃어버린 감각, '불편함'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불편함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당신은 편안함을 얻은 대가로 무엇을 잃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의 내용은 세 명의 남자가 알래스카 오지로 33일 동안의 순록사냥에 나서는 여정을 다루면서 시작된다. 첫 번째 남자 '도지'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1년 중 반을 오지에서 생활하는 '김병만' 같은 사람이고 두 번째 사람은 20 초반의 남자 이미 20대 초에 미국 오지를 탐험하며 인터넷도 안 되고 수도도 안 되는 곳만 탐험하는 탐험가였다. 직접 잡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 마지막은 저자인 마이클 이스터다. 대학교수이기도 하고 애널리스트이기도 한 철저한 일반인이다. 이 세 명이 북극 오지로 사냥을 떠나게 된다. 북극곰. 한파바이러스. 그런데 이 책이 특이한 점이 저자의 직접적인 체험과 경험을 책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그 사실에 기반한 세계적 석학들의 학술적인 내용들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
1부에서는 저자가 오랜 기간 알코울 중독자로서 생활하고 그것을 극복한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가진 안락함에 대한 계속적인 반감의 생각들을 정리하였고 그러다가 오지탐험가인 도니를 만나 네바다 오지여행을 하게 되고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
2부에서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데이비드 레버리 교수를 찾아 인터뷰한 내용을 싣고있다. 교수는 이 모든 것. 즉 편안함이 무의식 중에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한다. 도둑처럼 스며든 편안함은 그 끝을 모르고 우리 삶을 잠식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대명사인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정크 푸드, 티브이, 약물, 냉난방기 등은 따분함, 고통, 스트레스, 불편함을 제거해 주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를 편안함의 늪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삶이 편안해진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편안함은 이젠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과 의미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2부의 주요 내용 중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무료함' 다시 말해 '따분함'을 다룬 부분이었다.
따분함이란 뭘까. 인생의 거대한 고문. 지옥의 특질인가. 교활한 생물인가. 아니면 마음이 유랑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인가. 또는 나의 뇌가 집중하지 않은 권리를 누리는 상태인가?
따분함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페이스북 임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쓰는 휴대폰 안에는 악마가 산다” 고 하였다. 우리는 잠시의 따분함도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의 유튜브를 보며 "정신에 주는 정크푸드"를 섭취한다.
우리 뇌는 단 두 가지 모드만 작동한다. 집중모드와 비집중모드.
집중모드는 마음이 주의를 기울일 때를 나타내고 그 외에는 무장해제 상태이다.
이때가 바로 내면을 향하는 마음의 방황이자 휴식상태다. 보이지 않게 뇌는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 있을 집중모드를 대비해 필요한 자원을 복원하고 재구축하는 시간이다.
허나 우리는 이러한 비집중모드 시간에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정신에 주는 정크푸드를 섭취하고 만다.
저자는 우리에게 따분함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따분함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찾다 보면 창의력이 발동한다는 것. 다시 말해 휴대폰 사용시간을 줄이고 따분함을 늘리기가 더 생산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지 않는 철학자 중 대표적인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가
'곤궁하거나 권태롭거나'라는 말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삶은 곤궁함으로든 지루함으로든 고통을 주는 무언가라고 탄식했다. 참으로 간단한 요약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곤궁하여 늘 걱정하며 살거나 곤궁하지 않으면 권태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상의 «권태»라는 수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나라를 잃고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무렵의 권태란 바로 이런 감정이 아닐까 한다.
자살의 단서조차 찾을 길 없는 지금의 내 생활은 과연 권태의 극권태 그것이다. 오늘이 되어 버린 내일 속에서 또 내일이라는 놈이 한 개 버티고 서있다. 마치 흉흉한 덩어리 처름, 나는 그 형상을 피할 수 없다. 오늘이 되어버린 내일 속에서 또 나는 질식할 만치 심심해야 하고 기막힐 만치 답답해야 한다. 그럼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떻게 지냈던가. 이런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냥 자자. 자다가 불행히 깨면 더욱 힘들 법이다.
3부에서는 '배고픔'을 주제로 하고 있다. 배고픔은 단순한 결핍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몸이 더 건강하고 강력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생존 메커니즘이라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우리 몸은 음식을 섭취 후 12시간이나 16시간 이 지나면 대사작용이 끝나고 다른 호르몬들이 분비되면서 코르티솔. 테스토스테론 기타 호르몬 에너지를 만들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 DNA가 mtor이라는 단백질 분자이고 이놈은 종합건설업자로서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쓰레기 세포'를 없애라고 명령한다. 이 쓰레기 세포가 바로 염증을 일으키고 섬유화를 촉진하고 성장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놈이고 이러한 인체의 쓰레기 세포 수거과정을 자가포식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가포식이 일어나지 못하면 손상된 세포들은 계속 더 많은 부스러기를 체내에 축척한다. 따라서 적절한 공복은 반드시 필요한 대사작용이다. 따라서 음식을 먹지 않고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몸은 작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서히 출력을 높인다.
이 책의 정수는 다음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명상이 우리에게 '내면의 야생'을 조용히 바라보게 한다면 저자는 외부세계에서 그 야생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2023년도에 유행했던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다.
미국인의 평균 스크린 타임은 3시간15분이다. 우리는 24시간 동안 핸드폰을 250번 만진다.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일하려고 온종일 우리는 매일같이 노력한다. 너무 오랫동안 피곤함을 느껴왔기에 내가 아는 것은 잠시 도망치는 것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도망치는 곳은 우리의 집중력을 더 뺏는 곳이다. 중략... 함께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의 신체는 도전받을 일이 거의 없고, 그 대가로 건강과 강인함을 잃어가고 있다. 「45킬로그램: 역사상 가장 나약한 인간」 중에서
"초가공식품은 어디서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값싼 항불안제와도 같다" 신경안정제가 그렇듯이, 그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스트레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래서 약을 한 알 더 삼키거나 정크 푸드를 더 먹어줘야 한다. 부작용? 체중 증가, 심장병, 심장마비, 암, 고혈압, LDL 콜레스테롤 증가, 2형 당뇨, 만성 피로, 우울증, 골관절염, 통증, 수명 단축 등뿐이다. 「-4,000칼로리: 배고픔의 재발견」 중에
스마트 폰. 마음이 자유롭게 방랑하도록 내버려 둬야 할 최소한의 시간마저 빼앗는 도구다. 지루함은 인간의 뇌가 집중하는 시간을 제외한 비집중시간에 생각의 유량을 하면서 뇌가 회복하는 시간을 하는 기간이다. 1920년 라디오가 생기면서 생애처음으로 권태의 탈출기가 생기게 되었고 , 1950년 TV가 생기면서 바보상자가 만들어졌으며 대망의 2007년 스마트폰의 출시로 따분함은 사망선고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