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한국 사람들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누구보다 빠르게 유행을 받아들이다 보니 옛날 것들은 빠르게 잊히고 촌스러운 것이 되곤 한다. 하지만 트렌드가 아무리 바뀌어도 국밥집은 건재하고 어딘가에 다방이 남아 있듯 오래된 것들이 별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포풍추영>의 배경과 주제는 꽤나 힙하다. 2025년 8월로 날짜까지 박아두고 시작하는 영화는 온갖 최첨단 장비와 AI, 코인까지 언급하며 이 영화가 지금 시대에 뜨거운 주제들을 모두 담고 있음을 열정적으로 어필한다. 다만 쉽게 예측할 수 있듯 그런 요소들은 카페의 인테리어마냥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서사를 전진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 영화의 완성도에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진 않는다. 세븐틴의 준을 비롯해 조연으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은 아주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하긴 힘들지만 몰입감을 깰 정도는 아니었다. 카페에 방문할 때 인테리어와 분위기부터 눈에 들어오듯 영화도 직관적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면에서 <포풍추영>은 적당히 힙한 분위기를 내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에서 성룡과 양가휘의 지분이 점점 커질수록 힙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다방 커피의 가볍지만 달달한 맛이 영화 전체에 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맛이 영 별로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었다. 맨손과 단도 하나로 펼치는 액션은 투박하긴 해도 CG가 떡칠된 액션보다 날것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클래식하고 직진성 강한 서사는 예측 가능하고 지루한 감은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푸근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 나이로 67세와 71세인 양가휘와 성룡의 액션을 보고 있노라니 존경심이 들면서도 안쓰러운 양가적 감정이 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포풍추영>은 힙한 카페에서 다방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이 묘한 맛이 나는 영화다. 서사에 허술하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고 노익장들의 액션이 예전만큼 박진감 넘치진 않지만 예전 홍콩영화, 성룡의 액션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추억을 곱씹으며 보기에 괜찮은 킬링타임 영화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