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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24. 2017

히든 피겨스, 힘을 합쳐 정상에 오르는 방법

column review

Intro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아니고 2017년의 이야기도 아닌데 이렇게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그들의 심정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모두가 힘을 합칠 때에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어렵지 않은 메시지가 모두에게 유효하기 때문이 아닐까.


유쾌함을 전달하는 방법

영화에서 유쾌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계획된 화면, 재기 발랄한 캐릭터, 또는 신나는 OST까지. 그리고 <히든 피겨스>는 이 모든 요소들을 두루 활용하여 유쾌한 톤 앤 매너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영화는 가볍지 않은 주제와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 적당한 무게감을 가진 즐거움을 선사한다. 데오도르 멜피 감독은 NASA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인물 간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미묘함 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저를 오가는 서사는 탱글탱글하게 탄력을 받은 면발처럼 처지지 않은 유쾌함을 흘려보낸다. 

유쾌함


배우들이 빚어내는 심포니

<히든 피겨스>는 적어도 필자가 최근에 감상한 영화 중에서 주연과 조연의 조화가 가장 자연스러운 영화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캐서린 역의 타라지 P. 헨슨부터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로 이어지는 흑인 여배우 삼인방의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에 갈고리를 걸어둔 것 마냥 놀랍고 흡인력 있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빈다. 한편 케빈 코스터부터 커스틴 던스트, 마허샬라 알리는 물론 짐 파슨스까지 이어지는 조연들의 연기 또한 일말의 틈조차 남기지 않고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시야를 온전히 스크린 안에 잡아둔다. 지금까지 나열한 배우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적절한 모습으로 멋진 배우들이 아름답게 조합되었을 때 영화가 얼마나 환상적인 선율을 선보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조합


감동에 깊이를 더하는 각색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은 본래의 스토리를 얼마나 잘 다듬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히든 피겨스>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가 모두 자신들을 올해의 각색상 후보에 올려놓은 이유를 증명한다. 무려 세 명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사는 각자의 삶에서 어떤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고 어느 지점에서 포인트를 찍어줘야 하는지 영리하고 예리하게 포착한다.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누군가의 이야기 자체는 진부할 수 있지만 영화가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결코 서투르지 않다. <히든 피겨스>는 본래의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원석의 잠재력과 감동을 조심스럽게 깎아내고 두드려서 유려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탄생시킨다. 

보석


단순한 외침을 넘어서

<히든 피겨스>는 단순하게 편견과 차별에 대해 반대를 외치거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두 명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함께 나아갈 때에 발휘되는 힘에 대한 메시지, 영화는 주인공 삼인방의 실화를 기적이라고 말해야 했던 슬픈 과거의 사건에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그 주변에서 함께 변화를 이끌었던 모든 사람들을 통해, 그때나 지금이나 정상은 힘을 합칠 때에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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