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Out 2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낮에도 불안하고 밤에도 불안해요."
"불안한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 가기에, 너무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요구하기에, 많은 분들이 불안해합니다.
앞으로의 일이 잘 풀릴까, 내가 이만큼 노력하는 게 충분할까, 혹시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머릿속이 쉴 새 없이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면, 잠은 얕아지고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불안 때문에, 불안을 없애고 싶어서, 운세나 점을 보기도 하죠. 물론, 이런 것들이 내 미래를 알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내 삶을 마주하는 힘을 뺏어 갈 뿐이죠.
혹시, 우리의 '감정'도 진화의 산물인 것을 알고 계신가요?
진화는 살아내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 가는데, 왜 '불안'이라는 감정이 우리에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것은 불안이 우리를 망치려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원래 '우리를 지켜주기 위한 감정'입니다. 불안은 우리가 '살아내기'위해 필요한 감정인 것이죠.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게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게 하고,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니 불안은 늘 우리 곁에 있어 온, 일종의 '경비원'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경비원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버리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기는커녕, 온종일 경보를 울려대며 삶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결국 불안은 조력자가 아니라 '내 안의 엄격한 감시자'로 변해, "더 잘해야 해", "실수하면 끝장이야"라는 말을 끝없이 반복합니다.
㊙️ 만화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스포일러 있습니다.
픽사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라일리 역시 그랬습니다. 사춘기를 맞은 그녀의 마음속에 ‘불안'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등장했죠. 그러면서 우리 마음 안에서 불안이 우리를 어떻게 몰아붙이고, 또 어떻게 성장의 길로 이끌어 주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불안이'은 라일리를 지켜주려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복잡해진 상황에 적응하도록,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도록, 더 준비 잘하도록 말이에요. 하지만 곧 불안은 라일리를 몰아붙이며 속삭입니다.
I'm not good enough.
나는 부족해
단순한 불안의 외침이 아니라, '불안'이 잘 기능했을 때의 경험들이 핵심 신념으로 들어가며, 라일리 마음의 '자기 감, Sense of self'를 형성하죠. 아마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이와 같은 목소리가 매일 울려 퍼지고 있겠지요. 이러한 '불안이'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라일리는 자기답지 않은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소중한 친구들과 멀어지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보다는 "나는 부족하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 끌려가 버렸습니다.
사실, 라일리의 내면은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신념 체계들이 형성한 그녀의 '자기 감'은 이렇게 말합니다.
I'm good person.
나는 좋은 사람이야
물론, 이러한 '긍정적 자기 감'역시, '기쁨이'에 의해서, 자신의 부족한 모습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채, 자신의 긍정적 측면만을 자신으로 삼으려 했던 결과 이기도 합니다. 불안기에 의해서, 기본 감정들은 길을 잃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마음속을 탐험하게 됩니다. 자신이 외면했던 많은 기억들과 억눌렸던 감정들이 산사태처럼 다시 신념체계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라일리는, '기쁨이'는 깨닫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이 '나'였음을.
You don’t get to choose
who Riley is…
우리가 라일리를
어떤 사람인지 결정할 수는 없어
“나를 이렇게 몰아세운 건 불안만이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던 내 마음이었구나.”
그리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엉망이어도 괜찮아. 부족한 나도, 불안한 나도 나야."
'불안이'에 의해서 압도되었던 신체는 '기쁨이'에 의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마지막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건넵니다.
기쁨만, 긍정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불안도, 슬픔도, 따분함도 다 너의 일부야.
You can’t just bottle us up!
라일리의 새로운 자기 감은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안과 기쁨, 슬픔과 당황, 따분함, 자신의 실수와 모자람까지, 그 모든 감정과 기억들이 모여, 더 단단하고 다채로운 '라일리'가 된 것이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고, 완벽할 수도 없습니다. 불안하거나 서툴고, 때로는 엉망인 순간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합쳐져야만 진짜 나가 됩니다.
결국 성장은 완벽해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좋은 면도, 안 좋은 면도, 불안정한 모습까지도 나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어 간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Maybe this is what happens
when you grow up.
You feel less joy.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거겠지
《인사이드 아웃》을 놓고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죠. 개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우정, 용서, 성장, 가족 이 모든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오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불안은 ‘적’이 아니라 '우리 안의 중요한 신호'라는 사실입니다.
불안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불안은 내가 정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불안을 없애려 하면 더 불안해집니다.
즉, 불안은 "내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구나" 하고 알려주는 감정입니다.
그러니 불안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놓치게 됩니다.
대신, 불안이 몰려올 때,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1. 불안을 기록해 보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안의 목소리를 종이에 적어보세요.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말이, 사실은 "나는 잘 해내고 싶다"는 바람일 수도 있습니다.
2. 완벽 대신 '충분히 괜찮음' 선택하기
100점짜리가 아니어도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70 점을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3. 불안과 나를 분리하기
"나는 불안하다" 대신, "불안이라는 감정이 내 안에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말해보세요. 아니면,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를 떠올려 봅시다. "불안이 가 조종간을 잡고 있구나"라고 말해 보는 겁니다. 감정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면 숨 쉴 틈이 생깁니다. 나에게는 '불안이'도 있지만, '기쁨이'도 있고요, '버럭이'도 있고요, '까칠이'도 있고요. 그 모든 것을 품은 게 '나'니까요.
4. 작은 행동으로 방향 잡기
불안이 아무리 커져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선택하세요. 리포트의 첫 문단을 쓰는 것, 발표 자료의 한 장을 고치는 것. 작은 행동이 불안을 견딜 힘이 됩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불안해하면서도
내 할 일을 하고 있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별처럼
3줄 요약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 나의 가치를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괜찮은 나를 인정해 주세요.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