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내려놓고
많은 부모님들은 우울감이나 무기력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 대학생 자녀를 보며 스마트폰을 원흉으로 지목합니다.
"하루 종일 폰만 보고 있으니 우울하지."
그리고,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나요?
'폰을 못쓰게 하면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겠지!'
하지만 스마트폰 과사용은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이미 외롭거나 불안하고, 삶에서 활력을 느낄 자리가 없으니 스마트폰이라는 도피처에 몰입하는 것이지요.
진짜 문제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함께할 것이 없는 삶
우리 모두
현대 도시적 생활은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무미건조합니다.
혹시 매일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거나, 놀이를 하거나, 아이와 집 주변의 자연을 탐험하시나요? 자녀분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해서 알거나, 좋아하는 게임이라도 함께 하시나요? 아이돌 이야기든, 게임 이야기든, 부모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아이에게는 중요한 관심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이러한 공동 활동(shared activity)이 거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족이 "함께" 하는 경험을 갖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하루는 학원과 과제로 채워지고, 부모는 회사와 집안일에 지쳐 있습니다. 결국 집에서 부모가 건네는 말은
공부해라.
운동해라.
스마트폰 하지 마라.
'해라/마라' 이건 대화가 아닙니다.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뿐이고, 이제, 남는 것은 각자 스마트폰을 붙잡는 시간뿐입니다.
공동활동
연구에 따르면, 공동 활동(shared activity) 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정신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인입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요리는 청소년의 자존감과 사회적 유능감을 높이고,
함께하는 운동은 우울 증상을 완화에 도움을 주고
대화와 놀이는 부모-자녀 간 정서적 - 유대감을 강화합니다.
미국 아동발달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AAP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연구 및 지침들은 가족 간의 건강한 상호작용이 청소년의 미디어 과몰입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2019).
즉, 스마트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금지"가 아니라 '대안적 경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함께하는 경험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
생각해 보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인 우리도 술자리 외에는 함께할 것이 많지 않습니다. 가정,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문화를 상실한 채, 우리는 개인화된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심지어 자녀와 함께 할 시간조차 없지요.
오히려 이제는 함께 TV를 보는 것만 해도 좋습니다. 줄거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OST를 함께 부르고, 주요 캐릭터를 따라 하면서,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경험 자체 하는 겁니다. 서로가 각자의 화면만을 보다 보면, 그러한 경험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자랍니다. 그 공허함이 다시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화면을 더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제 물어야 할 질문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은 "하지 말라"는 제재가 아니라 "하고 싶다"는 경험이 있을 때 찾아옵니다. 가정 안에서, 사회 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 그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
함께 요리를 하고
집안일을 나누며
운동을 함께하고
음악을 연주하며
보드게임을 즐기고
지역 모임이나 봉사에 동참하는 것은 어렵나요?
그렇다면 같이 TV를 보는 건 어떤가요?
그 작은 순간들이 아이에게는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줍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감정, 경험 그 자체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마법'이 됩니다. 그리고, 훗날 우울과 무기력을 이겨낼 가장 든든한 힘이 됩니다.
3줄 요약
1.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보다, 함께할 활동을 만들어 보세요.
2. 잔소리 금지 : 잔소리가 아닌 공동의 경험이 아이와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3.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