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의 역할②
필요한 강사를 발굴한 후 강의에 대해 협의할 때 서로 말 꺼내기 민망해 하는 것이 '강사료'인 것 같습니다. 강사 입장에서는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돈만 밝히는' 강사로 보일까봐 쉽게 말을 못 꺼내고요, 운영자는 운영자대로 우리 회사 강사료가 높지 않은데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등등 고민하면서 오늘 말할까 다음에 말할까 고민하게 되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강사료는 반드시 사전에 합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해가 안생기고 서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없습니다.
강사에게 보내는 강의의뢰 메일과 관련하여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간혹 교육과정의 개설 배경이나, 강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교육내용에 대해서만 상세한 내용을 적어서 보내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렇게 잘 알면 직접 강의하지 왜 강사를 찾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요. 의뢰받는 강사가 궁금한 것은 상세한 교육내용 보다는 확인된 교육 니즈(개설 배경이 이에 해당됨), 학습자 특성, 교육 목표 등이고요, 굳이 필요하다면 내용에서 꼭 다루어야 하는 포인트 정도만 알려주면 됩니다. 디테일한 콘텐츠의 구성과 교수법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준비하도록 한 후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협의하는 접근방식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좋은 강사를 찾는 법은 이전 글을 참조해 주세요. https://brunch.co.kr/@helenlm4t/69
운영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사는 게을러지기도 하고 부지런해지기도 하는 것 알고 있나요? 강의를 하기로 확정하고 나서 강의 시작하는 날까지 운영자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으면 강사는 기존에 하던 강의 그대로 크게 손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타이밍에 강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운영자와 일을 하게 되면 강사는 그 강의를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게 되지요.
그렇다면 주로 어떤 내용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좋을까요? 우선 수강신청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활용할수 있습니다. 현재 몇 명 정도 신청했고 주로 어떤 분들이 신청했는지에 대해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수강신청자 명단을 보내주면서(물론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특이점과 관련하여 강의에 반영해야 할 포인트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또 강의일정이 임박했을 때에는 준비물이나 지원요청사항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섬세함도 필요합니다.
강사에게 교보재를 요청할 때 강의계획서 작성을 요청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상세한 Lesson Plan 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 강의시간을 어떤 흐름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수업계획서를 받는 것이지요. 수업계획서를 포함한 교보재를 받으면 충분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크게 수정할 부분이 없더라도 운영자가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강사는 동기부여됩니다.
교육이 시작되면 강사를 소개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때 강사의 세부적인 약력을 구구절절 소개하는 것은 그다지 임팩트가 없습니다. 오히려 강조점을 명확히 전달하면서 짧게 소개하는 편이 좋지요.
꽤 오래전 경험이기는 하지만 소개 멘트에 대해 강사님으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모셨던 강사님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님'이었는데요, 그때 제가 했던 강사 소개 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 책을 읽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것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져서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은 적 있습니까? 책을 읽다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어느새 창 밖에 동이 트고 있는 하늘을 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이 책이 그랬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큰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강의가 시작되면 운영자는 강의장에 함께 하면서 강사의 강의를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입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판단력입니다.
얼마 전 리더십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후배를 만나 들은 이야기입니다. 모 회사에 가서 강의를 하는데 오전 시간 강의를 마쳤을 때 모니터링하던 운영자가 와서 피드백을 하더랍니다. "강사님. 목소리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에너지 레벨을 올려 주세요." 적절한 개입이었을까요? 저는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배의 차분함은 타고난 것이라 쉽게 개선이 안되는 부분이거든요.
일반적으로 피드백은 개선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만 유효합니다. 생득적인 것은 피드백을 해도 쉽게 개선이 되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사투리를 표준어로 고쳐달라, 발음을 정확하게 해 달라... 등의 피드백은 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피드백받는다고 해서 바로 개선되기 어렵고 잠시 개선되더라도 다시 원상 복귀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그런 종류의 개선사항은 강의가 모두 끝난 후에 따로 모아서 '강사님'을 위한 목적으로 피드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개선 가능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우리 회사 맥락에서 안 맞는 용어를 사용한다거나(회사명, 직급 명칭 등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경쟁사 이야기를 해서 우리 임직원이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개선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나면 강사료는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사 입장에서는 강사료가 입금이 안될 경우 처음 강사료 협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운영자에게 먼저 연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속으로 끙끙 앓는 강사들을 주변에서 꽤 많이 봤습니다. 회사 제도 상 빠른 입금이 어렵다면 언제쯤 입금된다는 것을 미리 안내만 해주어도 강사들이 느끼는 불편감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강의결과(만족도 평가결과) 피드백인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한 표준 양식을 활용해서 정량결과와 함께 정성결과(수강생의 의견)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는 것입니다. 정성결과의 경우에는 하나하나 그대로 피드백할 수도 있지만 적당히 운영자 선에서 빈도수가 높은 의견을 선별해서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완점은 1~2개 정도로만 정리하고 상대적으로 좋았던 점을 더 많이 넣어서 정리하는 것이 좋아요. 표준 양식의 활용을 권장하는 이유는 강의결과가 나빠서 피드백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행정업무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일상적인 행정업무입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제가 받았던 다소 황당했던 강의 결과 피드백을 소개합니다. 수강생들의 정량적인 평가 결과는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정성적 의견만 줄줄이 길게 메일 본문에 써서 보낸 경우였습니다. 운영자가 중간에 정리하지 않고 수강생 의견을 다 쓸어 모아서 보낸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얼핏 내용이 많아서 정성스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솔직히 "뭐 하자는 거지?" 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