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의 역할①
아무리 훌륭한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해도 '쉬었다 가겠노라' 작정하고 온 수강생이 강의장 안에 가득 앉아 있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그래서 내가 운영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을 필요로 하는, 가능하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수강생을 잘 골라서 모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를 위한 간단한 방법을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수강신청이 완료된 다음 '신청 조정'에 대해 친절한 안내메일을 보내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과 특징을 잘 설명하고 정말 이 교육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숙고해 달라, 만약 교육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신청한 것이라면 취소나 변경을 도와드릴 테니 연락을 달라.. 등의 내용으로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이게 먹힐까 싶은가요? 메일 내용만 잘 쓰면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옵니다.
교육담당자의 KPI에 교육수강 '인원수'가 포함되어 있는데 목표인원이 모집되지 않으면 피가 마르지요. 수강생 한 명 한 명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교육효과와 실적달성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HRDer의 자존심을 걸고 결단을 해야 합니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조직의 비용을 낭비하게 만드는 요인은 사전에 솎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수강신청 인원이 확정되면 교육시작 전 참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메일을 송부합니다. 운영자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지요.
교육과정에 대한 실시일정, 시작시간, 종료시간, 교육장소 등 기본정보를 명확하게 안내함과 동시에 이수 기준, 사전 준비 사항 등 교육과정의 설계 상 중요한 포인트는 강조해서 안내해야 합니다.
한 가지 Tip을 알려 드리면 저의 경우 수강신청하신 분들의 직속 상사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합니다. '귀 부서의 000을 교육에 참가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부터 시작해서 교육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를 간단히 안내합니다. 그러나 메일 내용의 핵심은 '000이 교육에 참가하기 전 간단히 면담을 해 달라'라고 요청하는 것인데요 이때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면담에서 상사가 해야 할 질문을 다섯 개 정도 제시해 드리지요. 실제 면담했는지 그 결과가 궁금해서 교육 이수자들에게 서베이를 해 본 적이 있는데요 상당수의 이수자들이 상사와 면담을 했고 그 면담이 교육 동기부여, 교육 후 현업적용 의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습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아시나요?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입니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교육운영에 있어서도 기본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출석관리입니다. 교육이 시작되는 시간에 모두 자리에 와 있는지, 휴식 시간 후 모두 모였는지 등을 잘 체크해야 합니다. 자리를 비운 사람이 있을 경우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겠지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합숙 교육 진행 중 아침에 수강생 한분이 안보였습니다. 함께 숙소를 쓰는 분 이야기로는 밤에 나가서 아침까지 안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술 냄새를 풍기며 나타나셨습니다. 연수원 내에서는 음주 시 퇴소조치인데 말이죠! 결국 그분은 연수원 규정에 따라 퇴소조치 당했는데요, 소속사에서는 퇴사조치를 했습니다. 소속사 인사부서 이야기로는 원래 술버릇이 너무 안 좋아서 회사에서 퇴사시킬 기회를 탐색하던 중이었다고 하더군요.(그나마 죄책감을 덜었습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운영자는 강의장 안에 머물면서 교육이 진행되는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강의장 뒤에 앉아 밀린 일을 처리하더라도 귀만큼은 쫑긋 세우고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분위기를 파악해야 하지요. 꽤 많은 운영자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강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강의장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하는 경우 교육만족도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더라도 그 원인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장이 상주하는 가게와 사장이 자리를 비우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겨 놓은 가게가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휴식시간에 운영자는 조금 더 바빠져야 합니다. 이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강의장을 돌아다니며 수강생 중 몇 명과 Small Talk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 대해 모니터링합니다. 바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확인된다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하고(강의장이 너무 덥다고 하면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기) 바로 해결할 필요가 없는 개선요청 사항은 메모해 둡니다. 이때 섣불리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하거나 반대로 안 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입니다. 그냥 중립적으로 응대하고 반영여부는 나중에 결정하면 됩니다.
필수교육과 같이 본인이 직접 선택해서 신청한 교육과정이 아닌 경우 수강생들은 이미 빈정 상한(?) 상태로 교육과정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지요. HRD 전문용어로 '안티 수강생'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수강생을 방치하면 교육과정의 분위기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특별관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티 수강생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운영자에게 와서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업 중 강사의 강의내용이나 진행방식에 시비를 거는 듯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운영자는 잘 관찰하면서 체크를 해 두어야 하겠지요.
안티 수강생 관리는 숙련된 스킬이 필요합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안티 수강생은 '관심'을 주거나 '우쭈쭈'해 드리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강사에게 질문이 있다고 하면서 삐딱한 질문을 하는 경우 이에 대해 (강사가) "좋은 질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 줄 수 있겠느냐..."라고 하면 신나서 이야기를 더 합니다. 운영자도 쉬는 시간에 다가가서 "아까 그 질문 너무 좋았어요." 등등 관심을 기울여 주면 그다음부터는 호의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삐딱해 보이는 안티 수강생이 발견했을 때 운영자 자신도 그분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관점을 바꾸어 '저분이 내 관심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하고 응대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이런 조치들이 전혀 소용없는 분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 분들까지 내 편을 만들려고 애쓰다 보면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HRD 오래 못합니다.
교육이 끝나고 나면 이수처리 등의 행정처리를 하고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수강생에게 통보하거나 이수증을 보냅니다. 이런 건 정확하고 신속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앞서 교육 전 직속상사에게 메일을 보내서 면담을 하도록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저의 경우 교육이 끝난 직후에도 상사에게 메일을 보내서 다시 한번 면담을 하도록 요청드립니다. 이 때도 질문을 함께 보내드리는데요, "교육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현업에서 적용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상사에게 도움받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라고 요청드립니다. 운영자 입장에서 살짝 로드가 걸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효과를 생각한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