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 마을 줄게요, 헌 마을 주세요

마을의 모습을 기록합니다

by 가가책방

우리 가족은 공주에 삽니다. 2019년 1월부터 살기 시작했으니 벌써 만으로 6년 반이 지났어요. 처음 공주에 살기 시작할 때는 혼자였어요. 이건 가정이지만 그때 공주에 살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가족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이어서 우리는 머물고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요. 같은 옷처럼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더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옷이 있듯 도시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옷을 즐겨 입는 사람도 소박한 옷에 끌릴 때가 있고, 수수한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도 세련됨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요.

지난 7년 동안 공주는 많이 변했어요. 변한 모습을 보며 새삼 아쉬워졌던 건 처음 공주를 만났을 때 눈에 들어왔던 풍경과 장소를 많이 담아두지 않았던 거였어요. 공주의 시간이 무척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라 도시가 바뀌는 속도도 더딜 줄 알았거든요. 사진에 담느라 눈으로 보는 걸 포기한 경험이 많아서 이번에는 눈으로 더 자주, 자세히 봐야지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도시가 엄청난 속도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곳을 동시에 부수고, 고치고, 넓히기 시작하더니 1년 사이에 도로 모양이 바뀌었어요. 도로를 따라서 지어진 건물들 여러 채가 헐려나갔어요. 어떤 집주인은 소송까지 걸면서 버텼지만 소송도 지고 집도 잃어버렸대요. 살던 집 절반을 잘라낸 사람도 있었어요. 그분은 자신이 사랑했던 영국산 벽돌집 절반을 도로에 내주고 나니 집에 정이 가지 않는다며 사는 곳을 옮겨갔고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가가책방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지역에서 살며 일한다는 건 누군가를 늘 기다리는 거라 오래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드물게 글을 씁니다.

1,95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개의 혜택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