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을에 만나요
책방에 다녀왔다. 매일, 하루 두 번은 꼭 들르지만 가끔 다녀왔다고 적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중 하루다. 처음에는 그저 평소처럼 정리하러 들렀던 길이다. 그러다 좋은 사람임이 분명한 누군가가 남긴 엽서를 발견하면서 자리에 앉아버렸다. 지금부터 나는 책방에 다니러 온 손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엽서의 주인공은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임이 분명했다. 일단 책방을 '소중한 공간'이라고 불러주는 마음만 봐도 그랬다.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인 탓에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그(그녀)에게 근래에 생겼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아마도 그(그녀) 역시 이미 좋은 사람.
사실 이런 사람들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이미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왠지 부끄럽고,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고, 괜히 좋은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만 같아 미안해지고, 미안한 마음에 더 어색해지기에.
가만히 좋아하는 마음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소원 같은 거창한 건 아니지만 이루어지기를. 자신이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해주는 사람이기를. 그렇게 둘이 된 좋은 사람들이 나란히 손잡고 책방에 다녀가기를.
내년 가을을 기다립니다. 어느 밤, 평소처럼 정리하러 들른 책방에서 이미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사이가 되어 함께 다녀간다는 엽서와 만나기를 바라며. 잠시 들르려던 마음이 책방에 다녀오는 마음이 되도록.
고마워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