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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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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녕이 어렵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더더욱 그렇다.

헤어진다는 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끊키는 것 같은 뻐근함이 느껴진다.

잔정이 많은 사람은 오래된 칠판처럼 스크래치가 많다더니 딱 맞는 말이다.

상대가 냉소를 보이기 전에는 절대 손을 놓지 않고,

기어코 긍정으로 모든 걸 소화해 내는 나는 인간관계에서 줄곧 상처받는 쪽이었다. 아니, 차리리 그쪽이 더 나은 사람이었다.


헤어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못된 건달들이 나에게 칼을 쥐어주며 상대를 찌르라고 동조하는 기분이었다. 이걸 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그렇게 엉킨 마음과 관계는 서서히 나를 좀먹게 만들었다.


일단 내가 살아야지. 20대 후반이 되고 나선 생존을 택했다. 사람이 참 웃긴 게 죽을 것 같으니 칼을 쥐게 되더라. 이를 악물고 몇몇의 관계를 내 손으로 직접 끊어냈지만 어설프고 찌질했다. 여전히 안녕은 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헤어짐의 순간을 여전히 두려워하며 회피하기 바빴다. 일말의 상처 없이 자연스레 멀어지는 관계를 제일 좋아했으니 낯부끄러운 도망자가 분명했다.


어느 날은 "안녕"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한참 동안 입안에 넣고 돌돌 굴려봤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글쎄, 내가 원하는 안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은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안녕

명사 : 아무 탈 없이 편안함.


아무 탈 없이 상대의 편안함을 빌어주는 일.

그것이 진짜 안녕이라고 한다.


정말, 무운만 빌어준다면 좋은 안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간 했던 모든 이별에 '안녕'을 덧대어보니 눈꼬리가 내려가고 날뛰던 심장이 차분해진다.

나는 그간 그들의 안녕을 빌고 있었을까. 뒤에서 비난하고, 저주를 퍼붓지 않았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금 내 상태가 5:5라면 좋은 쪽에 1을 보태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별을 선언하는 일에 한 가지 상황만 놓인 건 아니지만, 비극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안녕을 빌어주는 게 좋겠다. 나 여기서 행복할 테니, 너 거기서 행복하라고. 죽기 전까지 만나지 않아도 괜찮으니 부디 건강하게 살아라고.

다시 한번 되뇌어보자.

나 여기서 행복할 테니, 너 거기서 행복해라. 너의 안녕을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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