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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결론보다 방향을 말하는 시간

회의의 말머리 공식

by 고요
팀장의 말은 왜 무기가 되는가.png

몇 달째 제자리인 회의가 있었다.

타 팀과 협업하는 프로젝트였고, PM을 맡은 팀의 회의소집은 주 1회로 꽤 잦은 편이었지만 그에 비해 진도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았다. 회사에선 이런 회의를 자주 목격한다.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해서 온갖 부서 사람들을 다 불러놓고 뜬구름만 잡다가 끝나는 회의

1시간 내내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다가 끝나버린 회의

회의라고 하기에도 무색하게 결론만 통보하고 끝나는 회의

심지어 안건이 뭔지도 모르고 앉아있다가 시간만 때우는 회의까지


이런 회의 뒤에는 거의 100%의 확률로 이런 말이 튀어 나온다.

"그래서 뭘 하라는 거야?"


회의에서 분명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결정된 건 없다. 혹은 결정했지만 그 이후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팀원들은 여전히 제자리이고, 일주일 후에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회의에 '말머리'가 없기 때문이다.


회의의 목적은 '정리'가 아니라 '설계'다

많은 팀장들이 회의를 결론을 내리는 시간으로 오해한다. 그리고 그것이 팀장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회의의 목적은 대부분 '정리'가 아니라 '설계'에 가깝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그다음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다음 스텝의 설계가 명확해질 때 비로소 회의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다.



회의 말머리 공식: Purpose → Frame → Step

회의에도 말머리 공식이 있다.

팀장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아래 3단계를 반드시 설계해야 한다.


1단계. Purpose - 목적부터 말하기

회의가 산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작부터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이 회의는 어떤 목적을 가진 시간인지, 가장 먼저 회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처럼 목적이 선명하면, 불필요한 논쟁과 감정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회의 내내 팀원들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된다.


2단계. Frame - 판단의 기준과 틀을 제시하기

회의가 복잡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각자의 기준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정'을, 누군가는 '리스크'를, 또 다른 누군가는 '고객 관점'을 말한다. 이처럼 판단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모두 제각각의 논리를 펼치게 되고 결국 결론은 흐려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판단의 틀'이다.


예를 들어,

"이번 논의는 일정과 리소스를 기준으로 판단하겠습니다."

"우선은 비용 효율성과 실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살펴볼게요."


이처럼 팀장이 먼저 기준을 제시하면, 회의는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된다.


3단계. Step - 다음 행동 단계를 구조화하기

회의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회의가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구조화된 다음 스텝이 필요하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다음 스텝이 명확해지면, 회의가 행동을 낳는다.


많은 팀장들이 회의에서 '결정'에 집중한다. 하지만 좋은 회의는 '무엇을 할지' 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회의다.

말머리를 갖춘 회의는 논쟁을 줄이고, 행동을 만들어낸다. 'Purpose → Frame → Step', 이 3단계 말머리로 회의를 설계해 보자. 그 순간 말뿐인 회의는 끝나고 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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