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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꽃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

by 김재선

국민의 숲에도 봄이 왔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풀바닥 속에서 이름도 모를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히거나 주저 않아야 볼 수 있는 작은 꽃들이다. 해마다 피어나는 야생화이지만 걷기에 바쁜 사람들은 워낙 작은 꽃이고 여기저기 흩어져 흔하게 피는 꽃이라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작은 꽃들은 그냥 소박한 서민들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아 더 정겹고 이쁘다.

시골 산동네에 순박한 어린아이들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것 같아 더 행복해 보인다.

이 꽃들도 누군가 먼저 이름을 지어 주었겠지만

흔하디 흔한 꽃이라 금방 이름을 잊어버렸으리라. 그래서 난 이 꽃들을 풀숲에 뜨는 별꽃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름이 생긴 이 꽃은 남들에겐 몰라도 나에게는 특별한 꽃이 되었다.

숲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냥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약간은 경계하는 사람들,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매일 걷다시피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분들이 계신다. 가벼운 목례로 시작해 보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만나면 인사도 하고 웃고 통성명도 하게 되고 숲길을 날마다 걷는 사연도 듣게 되고 말하게 된다. 이제 그분들도 나에게는 특별한 사람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느새 이름을 갖고 다가온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거라고 했다.

작은 들풀에게도 이름을 불러주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면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거다.

왠지 올해는 사랑할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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