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지구가 많이 아픈가 보다.
해마다 계절이 바뀌면서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져만 간다. 열이 많이 난다는 건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치료받아야 낫는데 워낙 원인이 다양하게 많아서 치료하기가 어렵다.
강원도 용평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외에는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다.
나도 삼 년 전 이곳으로 왔다. 서울의 무더위가 싫어서 에어컨을 설치를 했지만 아직 커버를 벗겨보지 못했다.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으로 올해는 에어컨 커버를 벗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한 여름 북유럽에 갔을 때 일류 호텔에도 에어컨이 없는 데가 많았다. 지구가 많이 아파서 인지 요즘은 그곳도 에어컨이 필수가 됐다. 용평도 에어컨을 설치하는 집이 늘고 있다.
해발 750미터 산꼭대기에 에어컨이 없으면 안 될 만큼 지구가 열이 난다.
여름이면 비교적 시원한 이곳으로 친구들은 공을 치러 온다. 하지만 산 위에라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무더운 기류가 밑에서부터 올라와 찬공기를 만나면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한다.
동남아에서 스콜이라 부르고 우린 소나기 또는 지나가는 비라고 부른다. 비가 끝 치고 안개가 산봉우리에 자욱이 끼면 마치 어느 외국에 와 있는 것 같다.
무더위가 다시 왔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지내려면 마음의 결단이 중요하다.
자연재해도 문제지만 지치고 더워서 사소한 것에도 짜증을 내고 화를 내기 쉽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여름에는 사랑하기보다 싸우기 쉬운 계절이다.
마음의 여유를 더 가져야 할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아픈 것을 고쳐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지구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쉽게 치료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올 한 여름을 어떻게 잘 보낼까? 생각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