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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저는 개

사랑은 강하다

by 김재선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한쪽 다리를 저는 개와 함께 걷고 있었다.

잘 걷지도 못하는 개를 왜 산에 데리고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아주머니와 개는 무척이나 사이가 좋아 보였다.

벤치에 않은 개는 옆의 아주머니의 손등을 연신 핥고 있었다.

작은 딸이 몰티즈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내가 서울에 가면 오랫동안 못 봐서 인지 좋아서 내 손등을 오랫동안 핣아준다. 핣은것은 강아지들의 좋다는 표현이다.

"강아지가 아주머니를 무척 좋아합니다."

"근데 다리를 저는군요." 말을 걸었다.

집 근처 공원을 지날 때 강아지의 낑낑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강아지 다리가 부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했다.

행색이 집 떠난 지 오래된 것 같아 보이고 상처도 생긴 지 오래라 피딱지 곪아 있었다고 했다.

두고 가면 죽을 것 같아서 집에 데리고 가서 따뜻한 물로 씻기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고 했다.

강아지가 처음엔 잘 먹지도 않고 좀 피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다리를 절면서 걷게 됐다고 했다. 그 후부터 아주머니가 어디를 가던 따라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잘 따르는 강아지가 아주머니도 이뻐서 그냥 데리고 살기로 했다고 했다.

사랑은 상처를 덮는다. 다치고 버림받은 건지 버림받고 다친 건지는 모르지만 상처받은 강아지가 사랑을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상처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야 회복된다.

살면서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말 한마디로 상처 주기는 쉽다. 그러나 그걸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진실한 맘으로 사랑을 느끼게 해야 한다.

자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와 자식이 어긋나 있다면 회복하는데 더 힘들다.

자식이 어려서 상처를 받으면 부모의 맘을 깨닫게 될 만큼 성장을 해야 한다. 자식도 부모가 되면 알 수 있는 부모의 사랑이 있다.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고 했다.

무조건의 사랑만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체벌도 사랑이다.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게 좋은 사랑은 아니다.

안 되는 것도 깨닫게 혼내는 것도 사랑이다.

당장은 마음이 아프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깨닫게 되면 그건 약이고 사랑인 게다.

사랑은 위대하다. 살 희망을 느끼게 하고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행복함을 알게 한다.

아주머니 뒤를 저는 다리로 열심히 따라가는 강아지가 안쓰러운 것이 아니라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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