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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기다리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by 김재선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뜨거운 햇볕이 수그러지는 오후 늦게 나가 걷기로 했다. 숲에 가기 늦은 시간이라 국민의 숲길 대신 인터컨티넨탈호텔 앞 호수둘레길 를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집에서부터 걸어 나와 호수둘레길에 도착해서 여섯 바퀴를 돌고 다시 집으로 걸어가면 약 8.5km가 되고 내걸음으로 12,000걸음 정도가 된다. 호수 둘레길을 매일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놀러 온 관광객도 있지만 지역주민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호수 가운데 작은 분수대 같은 것이 하나 있다.

그 위에 두루미인지 황새인지 모를 새 한 마리가 늘 않자 있다. 언뜻 보면 움직이지도 않고 있어 새 모형을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걸으면서 자세히 보니 머리도 움직이고 방향도 바꾸기도 하고 자세를 낮추기도 한다.

살아있는 새였다.

겨우 새 한 마리가 올라 않을만한 곳이다. 혼자 하루 종일 앉아서 무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물고기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를 기다리는 걸까?

먹이를 잡기 위한 방법일까? 아니면 쉬고 있는 걸까?

며칠째 왔지만 새는 늘 그 자리에 앉아 있다.

포근 한 집도 아닌데 날아가는걸 못 봤다. 한 시간 반이 넘도록 꼼짝 않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새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떠나간 짝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걸까? 뭔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알겠는데 뭘 기다리는지는 궁금하다.

기다림은 어쩌면 자신과의 싸움 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쩍 행상을 나가신 어머니가 돌아오실 시간이 되면 버스종점에 나가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떤 때는 금방 도착하셨지만 어떤 때는 겨우 막차에 오신 날도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어린아이가 버스종점에 혼자 서 있기 무서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오는 보따리라도 들어주고 싶어 참고 기다렸다. 그때부터 기다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집사람과 연애할 때도 만날 장소에서 애태우며 기다리던 생각난다.

저 새는 뭘 기다리는지? 자신과 싸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요즘 나도 기다리는 것이 있다. 기다림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기다림이 이루어진다면 그날은 행복하고 기다린 보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기다리는 것이 있다. 기다림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저 새처럼 인내하고 참아야 한다.

지는 노을이 유난히 아름다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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