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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말

by 김재선

우리는 상대방이 중요하게 하는 말을 무심하게 듣기도 하고 쉽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이 생각이 난다. 네가 부모가 돼 보면 알 거다. 하시던 말씀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이 날까? 나의 아이가 부모가 되고 손자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내가 내 자식을 키울 때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내 자식이 손자를 키울 때 생각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건 이제야 내 마음속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정신없이 치열하게 살아왔던가? 가족을 돌보고 추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쉬려고 하니 마음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요즘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아내는 그런 모습을 보면 "당신 울어? 당신도 눈물이 있어"하며 놀란다. 난 남자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 번만 우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눈물이 생겼는지 모른다. 내 마음에 따뜻한 감정이 살아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숲길을 걷다가도 이제는 꽃이 보인다

이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에 담는다. 전 같았으면 목적지로 바삐 가기 위해 그냥 지나쳤을 텐데ᆢ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생각에 여유가 생기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이고 안 들리던 것이 들리게 된다. 얼마 전부터 아내가 손가락이 아프다고 했다. 전에는 병원에 가봐 약 좀 먹어 그렇게 말했는데 요즘 아프다고 하면 손을 덜 쓰게 설거지도 대신하고 집안일도 대신해 주게 되었다. 아내는 손가락이 아프지만 조금은 행복해졌다고 한다. 초기에 아프다고 할 때 병원도 데리고 가고 손가락에 좋다는 약을 사주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기형적으로 휘어진 손가락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요즘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바쁘고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다 보면 앞만 보고 가기도 힘들다.

누구의 말도 깊게 들어줄 여유가 없다.

오랜 시간 지나고 그 말이 생각나고 후회를 하게 된다. 그것이 사소한 것 같아도 마음의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그걸 되돌리려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한다. 옛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왔는가?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쳤으리라.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주변 사람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거라면 꼭 들어주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이다.

그게 소통하는 삶이 되고 나누는 삶이 되는 거다.

불행은 함께하면 나누는 것이 되고 행복은 함께하면 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힘들게 살아야 할 세상이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귀를 열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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