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우린 형제가 여덟이다.
장남이 있고 그 밑으로 동생들이 일곱이다.
어느 집안이나 장남은 특별하다.
요즘 같이 자식이 한두 명이면 아들 딸 별반 차이 없이 대하지만 예전에는 남아 선호사상이 있었고 장남을 특별 대우를 했다.
부모들은 장남이 집안에 기둥이 되길 바랐다.
모든 집안의 대소사는 장남의 몫이었다.
부모님 제사도 당연히 장남이 맡았다.
동생들 돌보는 것도 장남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장남은 집안의 대들보가 되어 갔고 기둥 같은 동생들은 대들보 같은 장남을 따라야 했다.
부모는 장남에겐 더욱 많은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관례였다.
언제부터 장남이 자기의 본분을 버리기 시작했다. 부모님 제사도 지내지 않아 둘째 아들이 맡아했다. 동생이 암에 걸려 일곱 번이나 수술을 받았어도 한 번도 병문안 가지 않았다.
아니 위로 전화 한번 없었다.
그런 식으로 집안의 대들보는 자꾸만 뒤틀려져 갔다.
그걸 받치고 있는 기둥들도 똑바로 서있기가 힘들어져 갔다. 집이 기울어지기 전에 뭔가 해야 한다.
대들보와 기둥들
김재선
부부가 집을 짓는다
터를 닦고 기둥 일곱을 세우고 그 위에 대들보를 올린다.
대들보가 뒤틀리니 기둥들이 평형을 이루기가 힘들어 집이 조금씩 기울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둥을 강하게 손봐야 할까
지붕을 허물고 다시 대들보를 안 혀야 할까?
차리리 허물고 다시 터 닦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러자니 그동안 공들여 온 지나간 세월이 아쉽기만 하구나!
형제가 우애 있고 돕고 서로 사랑하길 모든 부모는 바란다.
요즘같이 자기만 아는 세상에서 더욱 형제의 우애가 그립지만 아이들을 많이 낳기 힘든 세상이니 모든 것이 변해간다.
어머니는 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하셨다.
오늘따라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