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랄까...
“언니, 제 허리를 꽉 잡으세요”
베트남 소녀인 땀은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 모퉁이를 돌아 큰 길에 이르자 그녀는 오토바이의 속도를 높였다. 그녀의 가녀린 허리에서 흘러내린 새하얀 아오자이 치맛자락이 호치민의 후끈한 밤 바람 속을 가르며 펄럭였다.
“저는 작가가 꿈이에요.”
사거리에서 속도를 낮추며 땀은 말했다.
뭘 쓰고 싶은데? 나는 물었다.
“연애 이야기요.”
남자친구는 있어?
“... 없어요”
땀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당장 연애부터 시작해야겠네. 연애 이야기를 쓰려면. 나도 실은 책을 쓰고 싶어.
“언니는 뭘 쓰고 싶은데요?”
글쎄.. 뭘 쓰고 싶은 걸까... 아마도 여행 이야기? 혹시 <모비딕>이란 소설 알아? 그 책을 쓴 작가는 3년 동안 고래잡이 배를 탔었대. 그리고 쓴 책이 흰 고래와의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야.
“그럼 저는 앞으로 3년 동안 연애를 해야겠네요. 언니는 계속 여행을 하고.”
우리는 깔깔거리며 동시에 웃었다.
웰컴 투 사이공!
렛츠 고, 땀!
신호가 바뀌자 우리는 밤 하늘의 은하수처럼 수많은 오토바이의 행렬과 함께 호치민의 밤 공기 속을 향해 다시 힘껏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