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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ul 20. 2016

#20. 여행 중 마주한 한국의 흔적들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한국의 흔적을 만날 때가 있다. 오랜 여행 중에는 그런 한국어나 한국의 흔적이 참 반갑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부끄럽거나 민망할 때도 종종 있다. 여행 중에 기억에 남았던, 한국의 흔적들을 살짝 꺼내본다.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에서 만난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 그리고 한글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서 15분 가량 걸어가면 있는 구시다 신사.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신사인지라 꽤 작은 신사인줄알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우리나라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이 보존되어 있다고 했다고 해서 꼭 들려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볼수 있다고 하던데 도저히 일본어를 읽을 수가 없어 구경을 할 수는 없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곳에 모셔져 있는 일본의 신들은 명성황후 시해와 관련된 인물이기에 소원을 빌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의외로 한글도 많았고 일본의 신에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제대로 한번쯤 알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파리 사랑해벽에서 만난 한국어 '사랑해'

아마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 중 90%는 들릴 이곳, 몽마르트 언덕을 가기 위해 들려야 하는 Abesses 역 앞쪽의 '사랑해'벽. 이곳은 세계 각 국의 언어로 사랑해 라는 말이 적혀 있어 유명한 곳인데, 그중 '사랑해'라는 한국어를 찾을 수 있고 발견하게 되면 괜시리 더욱 더 반갑다. 사실 사진을 보고 로망을 품고 갔던 곳인데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에 살짝 실망을 했던 곳. 그래도 몽마르트 언덕을 가게 된다면, 한번쯤 들려보자.



프라하성 스타벅스에 수북히 꽂힌 대한민국 인증

프라하성 스타벅스는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다. 게다가 전망이 좋은 스타벅스로 유명해서 늘 사람이 붐비는데, 벽 한쪽에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지도가 붙어있다. 한국에 한번 꽂아볼까, 라는 생각으로 한참 찾았는데 한국이 없었다. 뭐지? 했는데, 저렇게 새까맣게 한국에만 핀이 수북히 꽂혀있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만 저렇게 밀집도가 높았던(-_-) 프라하는 정말 한국의 도시구나, 싶을 정도의 밀집력. 심지어 프라하성 스타벅스에 앉아있다가 문득 정신차려보니 그 층에 앉아있는 관광객이 전부 한국인이었다. 하핫. 동유럽 여행지 중 가장 많은 한국이을 만났던 곳이 아닐까 싶다. 프라하는 충분히, 심지어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였았지만, 반대로 한국인이 너무 많은 탓에 왠지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그런 곳이었다.



포르토 중국 마켓에서 발견한 안성타면과 너구리 라면

포르토 에어비앤비에서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추운 날씨에 뜨근한 국물이 땡기기 시작했다. 리스본에 지낸 6일간 아침을 매일 한식을 먹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급기야 포르토 한국 마켓을 찾기 시작했는데 포르투에는 없는듯 싶었다. 끈질긴 검색 끝에 포르토에 유학중인 유학생의 글을 찾아, 근처에 중국 마켓이 있다는 것을 발견. 시내 중심지를 지나 한참 걸은 끝에 반가운 안성탕면과 너구리 라면을 득템하여 맛나게 끓여먹었다. 중국 마켓에서 한국 라면을 발견하는 아이러니함이라니. 그래도 그 뜨근한 국물을 마주한 순간에 어찌나 행복하던지- 역시 난 한국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만에서 만난 made in Korea 동전 지갑

늘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외국 동전이나 지폐를 넣을 지갑이 없어 불편했는데, 대만 여행을 갔다가 아기자기한 용품이 많이 파는 것을 발견하고 엄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열심히 찾은 끝에 마음에 드는 동전 지갑을 득템하였다. 신나게 결제하고 나오면서 달린 택에 보니 한국 의류브랜드 이름이 써있었다. 대만에서 메이드인 코리아꺼를 사다니. 덕분에 엄마에게 실컷 혼이 났던 경험.



싱가폴 마트에서 만난 한국 성주 참외

싱가폴은 신기한 열대 과일이 참 많은 곳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일정을 마치고 나면, 근처 큰 마트로 가서 과일을 한바구니 가득 담아와 맥주와 함께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다가 익숙한 한글에 나도 모르게 집은 것은 바로 성주의 참스런 참외. 이렇게나 많은, 동남아의 싱가폴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성주 참외라니. 반가운 마음에 한컷!



포르토의 프란세지냐 맛집, Santiago F. TV속의 그분

포르토의 프란세지냐 맛집인 Santiago F. 약 30여분을 비바람 맞으며 벌벌 떨다가 겨우 바에 앉게 되었다. 혼자 갔던 지라 바에 그나마 일찍이 앉을 수 있었고, 맛있는 프란세지냐와 맥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있을 때였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갔던 TV속에 나오던 그분은.. 바로.. 반가운 마음인것인가, 뭔가 오묘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하하핫.



파리 아멜리에 슈퍼에서 파는 오리지날 코리안 컵라면

파리의 아멜리에 슈퍼로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 아래쪽의 작은 슈퍼. 작은 슈퍼이긴 하지만, 첫날과 둘째날의 숙소가 그쪽 아파트를 대여했던 지라 먹을 거리가 있나 하고 첫날 저녁에 들렸다가 마주친 오리지날 코리안 라면. 그 작은 슈퍼에 한국 라면이 있다니! 심지어 그 건너편의 큰 마트에도 없던 컵라면이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2개나 샀는데, 앉은 자리에서 2개를 모두 해치웠다. 이렇게나 대식가였다니.. 매운 맛이 그리웠나보다. 해외에서 나오는 컵라면이나 라면의 소스는 매운맛이 덜해 살짝 아쉽기까지 했다. 몰랐는데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한인마트도 있다고 하니,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를 :)



후쿠오카 캐널시티에서 만난 백남준의 멋진 아트

후쿠오카의 쇼핑센터인 캐널시티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백남준의 작품.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인의 작품. 그것도 이렇게나 크게 전시되어 있다는 게 얼마나 감동인지. 우리나라의 뉴미디어 발전에 있어서 큰 획을 그으신 분이다보니 이곳에서 보는 그의 작품은 뭔가 색다르고 자랑스러웠다.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쇼핑공간에도, 외국작품보다는 한글이나 우리나라 작품이 크게 걸려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자인데, 라는 아쉬운 마음을 접으며 타지에서 만났던 반가운, 백남준의 멋진 아트.



오사카 유니버셜시티 문앞에서 만난 놀부 음식점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기나긴 하루를 끝내고 나오던 길에 만난 놀부 부대찌개집! 프랜차이즈가 많은 길거리인데 쌩뚱맞게 버젓이 있는 놀부를 보니 반갑기도 해서 한컷. 한글도 함께 쓰여져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그러면 한국 음식점이라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텐데 하는 아쉬움도 한몫을. 그래도 오사카의 크나큰 관광지 중 한곳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음식점 거리에 한국 음식점이 있어 굉장히 반갑기도, 왠지 모를 뿌듯함도 있었다. 비록 먹진 못했지만 말이다(...)



피렌체 두오모 전망대에서 만난 부끄러운 한글

이날은 조금 부끄러웠던 한글을 마주했던 날. 피렌체 두오모 전망대에 오르다보면 이곳저곳에 왔다갔다는 인증 글귀들이 꽤 많이 남아있다. 생각없이 쭉 둘러보고 있다가 꽤 많이 마주한 한글에 왠지 모르게 나도 부끄러워졌다. 꼭 이곳에 왔다갔다는 것을, 저렇게까지 표시를 했어야 했을까,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마주했던, 부끄러웠던 한글 중 하나였던 추억.



파리 개선문에서 만난 스타벅스 한국 유학생 직원

파리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쪽의 시끌벅적한 스타벅스보다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개선문 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섰다. 왠지 모르게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서 강한 한국의 향기를 느끼며 '카...카라멜..'이라고 나도 모르게 발음을 굴리기가 민망하여 더듬거리는데 직원이 나를 쳐다보더니 '카라멜 마끼아또 드릴까요?'라고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공항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잠시 엽서를 쓰러 들린 곳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안도감과 반가움이 교차하면서 '네'라고 대답했더니 음료가 나오는 동안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었던 유학생. 아마 한국으로 곧 돌아가는 나에게 그녀는 현실로 한발자국 더 가까워지게 하는 매개체였다면, 그 유학생에게도 나는 반가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


해외 여행을 할 때 한인민박에서 지내게 되면, 하루종일 한국말을 하지 못하다가 풀린 긴장감과 반가움에, 다들 피곤함에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앉아도 맥주를 마시며 늦게까지 하루종일 쏟아내지 못했던 한국말을 풀어놓게 된다. 한인민박에서 벗어나 에어비앤비나 호텔 등에 머무르게 되면, 지나가다 마주치는 한국인들이 더욱 반가워지는 순간이 있고, 한국을 작게나마 마주하게 되면 괜시리 모르는 애국심이 발동하게 된다. 그럼에도 가끔은 진상 행동을 하는 한국인을 우연히 만나거나, 여기저기 낙서되어 있는 한국어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이 앞으로는 여행 중에, 더 마주하지만은 않길 바라며. 해외 여행 중에 한국의 흔적에 대한 추억들을 꺼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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