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적이게도
나에겐 소박한 꿈이 있었다. 선생님이 돼서 소중한 제자들과 부대끼며 재미있게 지내는 꿈이었다. 분명 소박한 꿈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원하고 내가 열심히만 한다면 뭔들 얻지 못하겠느냐고 생각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전역하고 복학하면 열심히 할 거니까 괜찮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고시에 원패스할 거라고. 결국 모든 건 언젠가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항상 그런식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해왔다. 일상 속의 사소한 일도 최악까지 상상해가며 걱정하는 난데, 정작 내 미래가 달린 일에는 과하게 관대하고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짓이었다.
뉴스의 교육란을 들어가기가 무섭게 보이는 '학생 수 감소', '교사 감축' 등의 단어들을 나는 알면서도 외면했다. 임용고시 합격률이 바닥을 치는 것을 나는 알면서도 외면했다. 그러면서 한자 몇 글자를 끄적이며 꿈을 위한 발돋움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해왔다.
대학교 1학년 때의 성적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전공 최고점이 겨우 B+에 교직 과목만 A-. 객관적으로 전공은 엉망인데 교직적성만 봐줄만 한 어이없는 교사상이었다. 그것조차 합리화했다. 공부만 하는 교사보다는 노는 법을 아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런 내가 전역 후 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보는 것과 복학하지 않고 일반 공무원고시를 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내게 더 옳은 선택일까?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단단했던 교사라는 꿈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인정하기 싫었다. 교사말곤 다른 직업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혼란 그 자체였다. 물론 이 혼란조차도 일종의 도피일 것일테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니 뼈저리다. 전공과 다른 일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끼니 뼈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