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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15. 2015

미스 인디헤나!

께찰테낭고, 과테말라 - Quezaltenangom Guatemala

2014년 9월7일

밤 열두시, 생방송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추워 치아가 벌벌 떨리는 정도의 추위



기적의 땅이라 불리우는 알몰롱가에서 예배를 드리고 플로르 나시오날 델 뿌에블로 마야Flor nacional del pueblo maya(본래의 의미는 '마야 마을의 국화') 티켓을 사기 위해 께찰테낭고-쉘라의 teatro municipal(시립극장)으로 향했다. 친절한 알몰롱가 교회의 교우들이 맛난 점심을 대접해주시는 바람에 이야기 꽃을 피우며 따말(옥수수 잎에 옥수수 가루와 고기등을 넣고 쪄 먹는 과테말라 주식)을 먹다가 오후 2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에 극장에 도착했다.







너무 수다를 떨었는지 표가 매진되었다.


그리고 주변엔 아직 표를 구하지 못한 몇몇 인디헤나들만이 표를 구할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 알아보고 있었다. 표를 구매하지 못한 이유가 예배를 위함이었으니 사지 못했다고 서운해하지 않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우리를 부른다. 아래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티켓 2장을 줄 수가 있는데 그 티켓이 지금 이곳과 좀 먼곳에 있다며 받고싶으면 자기 픽업 뒤에 올라 타라고 한다. 단,표를 받고 돌아올땐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말이다. 엉거주춤 서서 삼 초 정도 고민하다 그들의 차 짐칸에 올라탔다. 이젠 짐칸에 올라타 자연스레 합석하는 일쯤이야 마누라에게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차디 찬 쉘라의 바람을 가르고 티켓을 받아냈다.  한장에 오천원 즈음 된다고 들었는데 공짜로 말이다. 서운해하지로 않기로 하였는데 오히려 감사가 되어버렸다.








티켓을 준 진행요원들의 조언대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5시부터 줄을 섰다.한 시간 반을 추위에 벌벌 떨며, 수많은 미스 인디헤나들의 가족, 친지, 친구들의 사이에 낑겨서 힘겹게 기다리다 6시 반이 되어서야 들어간 공연장. 패션쇼 형식으로 좌석배치가 되어 있어 어디에 앉아야 명당에 앉는 것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무대에서 걸어 나와 포즈를 취한다고 가정한 후,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을거라고 예상되는, 무대가 끝나는 자리에 자리를 맡고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7시에 시작한다던 공연이 한 시간이 넘도록 막을 올릴 생각을 안한다. 아주 적응을 잘 한 중남미 18개월차 한국 아줌마인 나는 큰 불평 불만 없이 기다릴 수 있었다. 








8시가 좀 넘었으려나, 스페인어와 인디헤나어(수많은 언어 중에 무슨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두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남녀 진행자가 나와 길고 긴 인삿말을 마치고 전년도 레이나(여왕: 대회 우승자를 말함)가 등장하고 전년도 레이나의 마을 사람들이 뒤따라 나와 마을의 춤과 음악,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그리고  본격적인 순서.
각 마을의 레이나들이 지역별로 순서대로 자신의 마을 전통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를 하며 등장한다. 



이번 대회에는 총 62개의 마을 레이나들이 참여했는데 각 마을의 의상과 퍼포먼스가 모두 달라 2시간이 넘는 등장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어떤 이는 가슴에 초를 안고 어떤 이는 지역의 특산품을 몸에 주렁 주렁 달고 등장해서는 각자의 우상으로의 엄숙한 의식으로 시작해 마야 인디헤나 특유의 소박하고 경쾌한 춤사위로, 혹은 불꽃놀이 같은 놀라운 비장의 무기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이해하기 쉽도록 미스 인디헤나라 제목을 붙여놨지만 사실 Flor Nacional del pueblo maya 는 미스코리아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지성, 인성, 미모를 두루 평가해 엄격히 심사하는 우리나라의 미스코리아와 달리 이 대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연설과 춤이다. 등장한 62개 마을의 레이나들은 몇 그룹으로 나뉘어 마야 인디헤나의 춤으로 다시 한번 평가를 받는데 외국인인 내가 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춤이 아니기에 평가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사전에 뽑아 놓은 듯한 10명의 최종 후보들은 각각 질문지를 받고 그 질문에 대하여 스페인어와 인디헤나 언어로 연설을 해야 한다. 질문은 굉장히 사회적이고 시사적인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며칠 뒤, 우린 이 후보들 중 한 명인 산 뻬드로 솔로마의 레이나와 산 뻬드로 솔로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식사를 하며 이 대회의 성격에 대하여 다시 한번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나 레이나를 뽑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혜', 곧 연설 부문이라고 대답했다. 외모와 몸매, 혹은 우리 부부가 관심있어 하는 의상으로가 아니라 이들이 말하는 사비두리아sabiduria:'지혜'가 레이나를 뽑는 가장 큰 기준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소박하고 귀여운 의상이 인상 깊었던 또도스 싼또스 꾸추마땅 TODOS SANTOS CUCHUMATAN의 아가씨가 여왕의 꼬로나(corona:왕관)을 거머쥘 수 있었다. 등장 퍼포만스가 화려하진 않지만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감있게 나왔던 아가씨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나중에 우린 얘기치 않게 이 아가씨의 마을 또도스 산또스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삼십 여년을 여자로 살며 수도 없이 평가받아 왔고 수많은 여자들을 나만의 기준으로 평가하며 살아 왔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를 자주 못난이로 만들어 놓는 수많은 잣대들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를 깨닫는다.





어떠한 격식에도 얽매여 본적 없어 보이는 62개 마을의 인디헤나 아가씨들이 아무렇게나 하품을 하며 레이나 후보석에 쪼로록 앉아 있는데 하나도 손댈 데 없이, 바꿀 것 없이 그 등장 자체로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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